"고유의 스피드·조직력으로 승부".. 정선민 감독, 아시아컵서 데뷔전
주축선수들 부상, 몸상태 안좋아
한발 더 뛸 수 밖에 없다
한국이 그간 해왔던 전술
짧은 시간이지만 장점 발휘 노력
좋은 결실 갖고 돌아오겠다
세계 농구 흐름 깨달으며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
“한국 농구 고유의 빠른 스피드와 조직력으로 승부하겠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을 마친 지난달 27일 정선민 감독을 선임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가졌다. 내년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을 지휘할 전임 감독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정선민호는 이달 요르단 암만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정선민 감독은 출국을 하루 앞둔 23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팀이 가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좋은 결실을 갖고 돌아오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정 감독은 지난 6일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입소해 손발을 맞췄다.
정 감독은 “일주일가량을 재활로 보낼 정도로 올림픽 이후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며 “좋은 경기력을 보이려면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번 아시아컵에는 한국을 비롯해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 중국, 뉴질랜드, 호주 등 8개국이 출전한다. 상위 4개 팀에는 내년 9월 호주에서 열리는 FIBA 여자농구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대표팀이 속한 A조에는 뉴질랜드, 인도, 일본이 포함돼 있는데 1위 팀은 4강에 자동 진출하고 2위 팀은 B조 3위에게 승리해야 4강에 오를 수 있다. 같은 조 일본은 5연패를 노리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만큼 한국은 첫 경기인 27일 뉴질랜드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정 감독은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떨어지기에 우리 선수들이 좀 더 유기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가진다면 승산이 있다”고 기대했다.
대표팀의 사정은 썩 좋지 않다. 주축 센터 박지수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일정 탓에 빠진 데다, 진안(부산 BNK썸) 김단비(인천 신한은행) 배혜윤(용인 삼성생명) 김정은(아산 우리은행)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정 감독은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그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일본처럼 스피드로 승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도쿄올림픽에서 평균신장 176㎝에 불과한 일본 대표팀이 은메달을 획득한 것처럼 속도와 정확한 슈팅, 다양한 전술, 끈끈한 조직력 등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정 감독은 “올림픽에서 일본은 아시아 여자농구가 어떻게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잘 보여 줬다"면서 "신장 열세를 심장으로 극복한 것이다. 높이가 약하면 멀티 플레이를 통해 약점을 메워야 한다. 한 발 더 뛸 수밖에 없다. 한국도 그간 해왔던 전술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농구 레전드인 정 감독은 이런 어려운 여건의 국가대표 감독에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지원해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비난받을 수 있는 자리겠지만, 한국 여자농구가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지며 팬들에게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일본이 지난 10년 동안 기틀을 다져 국제적인 팀으로 성장한 것처럼 우리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세계 농구의 흐름을 깨달으며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다 보니 가진 것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주는 것도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침을 이어가고 싶다. 그런 선수들이 서서히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초보 감독이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대표팀 구상을 마쳤다. 정 감독은 “지금이 한국 여자농구의 신구 조화가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면서 "김단비 배혜윤 박혜진 등 주축 선수들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박지현과 윤예빈 등 20대 초반의 좋은 신인 선수들도 나오고 있다. 이들과 함께 주어진 시간 동안 한국 농구의 부흥을 이끌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빠른 농구를 펼치도록 했다. 공격은 속도감 있게 자유롭게 하고, 수비는 5명이 뭉쳐 부족함을 보완하도록 주문했다. 십시일반 모여 하나가 된다면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정선민이 추구하는 농구다”라고 힘줘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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