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대변인의 입

김환기 입력 2021. 9. 2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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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당 대변인을 가리켜 '정당정치의 꽃'이라고 한다.

대변인 말 한마디로 정당 간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막혔던 정국이 풀리기도 한다.

1988년 민정당 대변인으로 발탁돼 민자당과 문민정부를 거치면서 4년3개월 동안 집권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당 대변인은 그 정당의 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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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당 대변인을 가리켜 ‘정당정치의 꽃’이라고 한다. 대변인 말 한마디로 정당 간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막혔던 정국이 풀리기도 한다. 한국 정당사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는 명대변인은 4대 국회 때의 민주당 조재천 의원이다. 법관 출신으로 예리한 판단력과 분석력을 지닌 그는 3·15 부정선거로 영구 집권을 획책하던 자유당을 촌철살인의 말로 난타했다. 입에 착 달라붙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구호가 그의 작품이다. 오죽하면 “조재천의 혀는 국군 1개 사단의 화력과 맞먹는다”는 이야기가 생겼을까.

검사 출신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명대변인으로 꼽힌다. 1988년 민정당 대변인으로 발탁돼 민자당과 문민정부를 거치면서 4년3개월 동안 집권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요즘도 많이 사용하는 ‘내로남불’, ‘정치 9단’, ‘총체적 난국’은 그가 만든 신조어다. 그의 입에서는 ‘여의도 집회는 여의치 않았다’, ‘보라매 공원 집회는 보람이 없었다’, ‘부산 집회는 부산만 떨었지 실속은 없었다’ 같은 재치만점의 논평들이 쉼없이 흘러 나왔다. 당 대변인 문화를 창시한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논리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말 실수가 잦은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60년대에 명대변인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부 정책과 관련된 논평을 할 때면 국회도서관에서 5~6시간씩 ‘열공’을 하며 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요즈음 당 대변인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험담과 막말이 대변인의 상징처럼 됐으니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친문 유튜버 출신인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이 자신의 칼럼을 비판한 개그맨 윤정섭씨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과 막말을 퍼부어 물의를 빚었다. 윤씨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하 대변인은 통화가 시작되자마자 다짜고짜 “야 X새X야. 시X새X야”라고 했다. 윤씨가 “왜 욕을 하냐”고 묻자 다시 “너한테 욕을 하지 곱게 얘기하냐. 개 X발X아. 정신 차리고 살아 패배자 새X야”라고 쏟아부은 뒤 전화를 끊었다. 당 대변인은 그 정당의 입이다. 당 대변인의 논평에는 당의 품격이 드러난다. 언품이 바닥인 대변인의 존재는 여당 이미지의 추락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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