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 영웅 유해 '71년 만의 귀환'..文, 봉환식 주관(종합2보)
기사내용 요약
故김석주·정환조 일병 유해,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모셔
나머지 66구 유해, 다목적 급유수송기 시그너스로 봉환
靑 "호국영웅 헌신에 끝까지 책임…무한책임 의지 구현"
[서울공항(성남)·서울=뉴시스] 안채원 김태규 김성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영웅 2명의 유해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미군으로부터 인수한 고(故) 김석주 일병과 고 정환조 일병 유해 2구를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모신 채 10시간이 넘는 여정을 함께 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3박5일 미국 순방을 마무리 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30분께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활주로에서 고 김석주 일병과 고 정환조 일병 유해 2구에 대한 봉환식을 주관했다.
공군의 F-15K 전투기 편대는 유해를 모신 대통령 전용기가 한국 영공에 진입한 이후, 엄호 비행으로 71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한 호국영웅에 예우를 갖췄다.
F-15K 임무편대장은 교신을 통해 "국가수호의 임무는 후배들에게 맡기시고, 고국의 품에서 편히 잠드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선배님들을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라며 "필승"이라고 구호를 붙였다.
F-15K 4대는 공군1호기를 엄호하며 플레어(조명탄) 21발을 조포를 대신해 영공에 발사했다. 21발 발사는 군예식령에 따르면 국가 원수급에 해당하는 예우로, 고국에 돌아온 국군 영웅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보인다는 의미다.
봉환식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주제 아래 거행됐다. ▲유해 하기 ▲유해 운구 및 임시안치 ▲국민의례 ▲분향 및 참전기장 수여 ▲묵념 ▲유해 운구 ▲유해 전송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육·해·공군참모총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고 김석주 일병의 외증손녀인 김혜수 소위(간호사관학교 61기)는 하와이에서부터 외할아버지의 곁을 지켰다. 대통령 전용기 좌석 바로 뒷좌석에서 71년 만에 돌아오게 된 외할아버지의 귀환길을 함께 했다.
유가족 8명도 현장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이들을 맞이했다. 정부는 남아있는 사진이 없는 고 김석주 일병 유가족에게 장진호 전투 상징인 '고토리의 별'과 일병 계급장을 새긴 위패를 특별 제작해 선물했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유해가 내려질 때 김형석 작곡가가 '늙은 군인의 노래'를 연주했다. 유해 전송 때는 김형석 작곡가와 육군 군악대가 진중가요 '전선야곡'을 연주해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분향을 하고 고 김석주 일병, 정환조 일병 순으로 참전기장을 수여했다. 이어 유가족의 분향이 이어졌다. 고 김석주 일병의 딸은 분향 중에 흐느끼며 울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유해가 서울현충원을 향해 떠날 때 마지막까지 거수경례로 예를 다했다. 군사경찰 싸이카 등이 운구 차량을 호위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행사 뒤 유족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고 김석조 일병 딸과 손을 잡았다. 김 일병의 딸이 흐느끼자 문 대통령은 포옹하고 대화를 나눴다. 김여사도 유족들의 손을 잡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오전 하와이 호놀룰루 히캄공군기지에서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한미 유해 상호인수식을 직접 주관했다.
문 대통령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관한 것은 2018년 10월1일(국군의 날 기념), 2020년 6월25일(6·25전쟁 70주년 기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의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국가 무한 책임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유해 인수부터 봉환식까지 직접 챙기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번에 봉황된 경북 경주 출신의 고 김석주 일병은 2018년 함경남도 장진읍 신흥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로 발견됐다.
미군 유해들과 함께 하와이로 송환된 뒤 한국군으로 판명돼 국방부 국유단 감식 결과 지난 2일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172번째 신원 확인된 국군 유해다.
고 정환조 일병은 경북 포항출신으로 1990~1994년 사이 함경남도 장진읍 청량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로 발견됐다.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서 지난 2일 하와이에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173번째 신원확인 국군 유해다.
남북은 9·19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남북군사합의서에 담긴 비무장지대(DMZ) 내의 시범적으로 남북유해공동발굴 추진 합의에 따라 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2018년 376구, 2019년 63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한미는 이 때 섞인 국군, 미군 전사자 유해들을 6·25전쟁 전사자 확인 프로젝트(KWIP)에 따라 합동유해 감식 작업을 벌여왔다.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고 김석주·정환조 일병의 유해 역시 북한→ 남한→하와이(미국)를 거쳐 71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이날 미국으로부터 인수한 총 68구의 국군전사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66구는 서욱 국방부 장관이 탑승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를 통해 함께 봉환됐다.
이번에 봉환된 국군 유해 68구를 포함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총 307구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왔다. 이 중 16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미군 유해는 총 25구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으로 송환된 유해 25구 중 13구는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후 이뤄졌다. 미국에서 돌아온 국군 전사자 유해 307구 중 280구 역시 현 정부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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