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영웅들' 71만에 고국으로..문 대통령, 봉환식 직접 주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영웅 2명의 유해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인수한 고(故) 김석주 일병과 고 정환조 일병 유해 2구를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모신 채 1만5000㎞ 여정을 함께 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3박5일 순방을 마무리 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후 9시30분께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한미 유해 상호인수식에서 넘겨받은 유해 2구에 대한 국군전사자 유해 봉환(奉還)식을 주관했다.
공군의 F-15K 전투기 편대는 유해를 모신 대통령 전용기가 우리 영공에 진입한 이후 엄호 비행으로 71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한 호국영웅에 예우를 갖췄다.
이날 봉환식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육·해·공군참모총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고 김석주 일병의 외증손녀인 김혜수 소위(간호사관학교 61기)는 하와이에서부터 외할아버지의 곁을 지켰다. 대통령 전용기 좌석 바로 뒷좌석에서 71년 만에 돌아오게 된 외할아버지의 귀환길을 함께 했다.
유가족 8명도 현장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이들을 맞이했다. 정부는 남아있는 사진이 없는 고 김석주 일병 유가족에게 장진호 전투 상징인 '고토리의 별'과 일병 계급장을 새긴 위패를 특별 제작해 선물했다.
이날 봉환식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주제 아래 거행됐다. △유해 하기 △유해 운구 및 임시안치 △국민의례 △분향 및 참전기장 수여 △묵념 △유해 운구 △유해 전송 순으로 진행됐다.
유해 운구 때는 김형석 작곡가가 '늙은 군인의 노래'를 연주했다. 유해 전송 때는 김형석 작곡가와 육군 군악대가 진중가요 '전선야곡'을 연주해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렸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유가족에게 거수경례로 마지막 예를 다했다.
문 대통령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을 직접 주관한 것은 2018년 10월1일(국군의 날 기념), 2020년 6월25일(6·25전쟁 70주년 기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와이 호놀룰루 히캄공군기지에서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한미 유해 상호인수식을 직접 주관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의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국가 무한 책임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유해 인수부터 봉환식까지 직접 챙기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경북 경주 출신의 고 김석주 일병은 2018년 함경남도 장진읍 신흥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로 발견됐다. 미군 유해들과 함께 하와이로 송환된 뒤 한국군으로 판명돼 국방부 국유단 감식 결과 지난 2일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172번째 신원 확인된 국군 유해다.
고 정환조 일병은 경북 포항출신으로 1990~1994년 사이 함경남도 장진읍 청량리에서 북한의 단독 유해발굴로 발견됐다.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서 지난 2일 하와이에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173번째 신원확인 국군 유해다.
남북은 9·19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남북군사합의서에 담긴 비무장지대(DMZ) 내의 시범적으로 남북유해공동발굴 추진 합의에 따라 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2018년 376구, 2019년 63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한미는 이 때 섞인 국군, 미군 전사자 유해들을 6·25전쟁 전사자 확인 프로젝트(KWIP)에 따라 합동유해 감식 작업을 벌여왔다.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故 김석주·정환조 일병의 유해 역시 북한→ 남한→하와이(미국)를 거쳐 71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이날 미국으로부터 인수한 총 68구의 국군전사자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66구는 서욱 국방부 장관이 탑승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를 통해 함께 봉환됐다.
이번에 봉환된 국군 유해 68구를 포함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총 307구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왔다. 이 중 16명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미군 유해는 총 25구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으로 송환된 유해 25구 중 13구는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후 이뤄졌다. 미국에서 돌아온 국군 전사자 유해 307구 중 280구 역시 현 정부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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