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수리하다 추락?..원인 조사 부실 논란

김아르내 2021. 9. 2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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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지난달 한 노동자가 부당한 업무 지시와 갑질에 반발해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다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그런데 KBS 취재결과, 원청인 한국남부발전의 사고 원인 조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작업 중 사고가 났다고 했다, 나중에는 개인 문제를 비관했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김아르내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비 업무를 맡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국남부발전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다친 건 지난달 21일입니다.

한 달 만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노동자는 원청인 한국남부발전의 부당한 업무지시로 작업 환경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투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투신 노동자 가족/지난 16일 : "직접 지시하는 게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당연했었나 봐요. 그렇게 일을 하는 게. 그러면서 이건 뭔가 잘못됐어, 잘못됐어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이에 대해 한국남부발전은 개인 문제를 비관한 것으로 봤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결과 한국남부발전의 사고 대응이 초기부터 부실했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한국남부발전이 사고 당일 작성한 최초 보고서입니다.

"건물 지붕 누수점검 후 사다리에서 내려오다 추락했다."고 사고 경위를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사흘 뒤 하청 업체가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업무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두 번의 보고서 모두 재해자 조사 없이 작성됐습니다.

작업 중에 난 사고가 아니라는 조사 의견이 처음 나온 것은 사고 발생 열흘 뒤.

하청 업체 현장 담당자가 추락 지점을 근거로 안전 사고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지만, 이때도 사실 확인 등 추가 조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직장 내 갑질 폭로를 단순한 안전 사고로 둔갑시키려던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보도 이후 한국남부발전은 "외부인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가 끝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남부발전은 직장 내 갑질을 확인하기 위한 직원 면담을 계획 중인 가운데 노조는 일방적 조사에 그칠 수 있다며 노사 합동 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아르내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그래픽:김명진

김아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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