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만 하고 끝" 유명무실 자살 위기 관리제
[KBS 대구] [앵커]
지난달 대구의 한 고등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 전해드렸는데요.
이 학생은 숨지기 전 심리상담사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했지만 이같은 상담 내용은 교육 당국까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A 군은 숨지기 석 달 전인 지난 5월 자살 위험 징후를 보였습니다.
이에 학교와 교육청은 부랴부랴 '자살 위기관리위원회'를 가동하고 A 군이 외부 전문 상담사에게 정신건강 검사와 심리상담을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A 군은 상담 과정에서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상담 기록에는 A 군이 중학교 시절부터 심한 따돌림을 당했고 자신이 존재 가치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A 군 어머니/음성변조 : "물건을 빼앗아 가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고, 이유 없이 건드리기도 하고. 그 무리들이 있다고 했어요. 중학교 3년 내내가 지옥이었다고…."]
A 군은 중학교와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학교와 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상담 이후의 학생 관리지침이 없는데다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아예 확인하려 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일지는 저희조차도 비공개입니다. 문서 자체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원칙적으로는 못 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자살시도 학생을 면밀히 관찰하고 원인을 파악해 제거하라는 학생 자살 위기관리 지침과도 배치됩니다.
[A 군 아버지/음성변조 : "위기관리위원회가 적절한 대응을 하고자 해서 열리는 건데, 개인정보로 공유가 안 된다는 건 납득하기가 힘들죠."]
상담만 하고 사후 관리와 보호는 받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시스템 속에서 A 군은 학교 폭력 피해를 고백했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자살 위기 학생 보호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제도의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촬영기자:백재민/그래픽:인푸름
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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