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정치인을 뽑는 세상이 올까

이정호 기자 입력 2021. 9. 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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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 온라인 세미나

[경향신문]

“정책을 만드는 역할, 대체 가능”
“기술론 피선거권 감당할 수 있지만
공명심·권력욕 등 인격 갖춰야”
사회 인식·판단력…인정은 인간 몫

지난 2007년 개봉한 미국 영화 <아이, 로봇>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이 등장한다.

로봇들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외출할 때 동행을 하는가 하면 요리까지 척척 해낸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등의 몇 가지 대원칙이 있긴 하지만 독자적인 판단력을 지니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유사 인간’ 같은 존재다.

이런 사회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3일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 어디까지?’라는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선 인공지능이 현재 상상보다 훨씬 넓고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적어도 기술적인 관점에선 ‘피선거권’을 얻을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인공지능이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대원 카카오 정책팀 이사는 “일단 기능적 차원에선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상 나아가려면 인공지능이 더 발달해야 한다. 김 이사는 “현재 인공지능은 기능이 한정적이고 미시적”이라며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갑자기 요리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역할을 자유자재로 정할 정도의 수준이 돼야 피선거권을 감당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인공지능이 피선거권을 얻어 입후보하려면 지금보다 더 ‘사람 같은 인격’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사회에서 역할을 하려면 공명심이나 권력욕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의지를 스스로 발현하면 입후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국회의원’을 만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건 결국 인간들 자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인공지능에 피선거권을 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인식이나 판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정치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주체가 될지는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좀 더 시간을 투여해 논의할 내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 ‘법인격’이 부여된다면 앞으로 인공지능이 소송을 걸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법인격이란 현행 법체계에선 사람과 법인만 누리는 법적 권리를 뜻한다.

현재는 나무나 식물처럼 인공지능에도 법인격은 없다. 하지만 충분히 발달한 인공지능에 법인격이 부여되면 인공지능 디지털 캐릭터의 외모를 비하하는 식의 악성 댓글을 달아 명예훼손을 유발하는 사람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거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인 권리능력이 인정되면 소송능력도 인정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악성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이 있다면 현재도 법인이 인격권을 누리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그런 일에 대응할 권리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계도 있다. 송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적인 피해를 본 사람에게 부여되는 ‘위자료’를 인공지능도 받을 수 있을지는 이후 과학기술 발전 상황에 따라 추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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