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이용 못하는 '346억짜리 체육공원'
[경향신문]
청주공항 인근 ‘내수생활공원’
비행안전구역 조명 설치 불가
낮엔 비행기 이착륙 소음까지
주민들 “왜 만들었나” 불만

“노인들 쉴 수 있는 공원이나 만들지, 조명을 설치 못해 밤에는 사용할 수도 없는 체육시설은 왜 만들었답니까.”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내수생활체육공원에서 만난 주민 A씨(73)가 말했다. 체육공원은 한적했다. 주차장에는 차량 2~3대가 있을 뿐 사람들은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장 펜스에는 ‘비행안전구역이니 드론 비행과 촬영을 금지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A씨와 대화하는 동안에도 비행기 2~3대가 체육공원 상공을 지나갔다.
이 체육공원은 청주시가 346억원을 들여 지난 5월 개장했다. 전체 5만2746㎡ 규모로 축구장 1면, 족구장 2면, 그라운드 골프장, 다목적 체육관 등을 갖췄다. 청주시는 300억원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2024년까지 인공암벽장과 야구장, 배트민턴장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곳은 해가 지면 야외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축구장 등을 밝힐 수 있는 조명시설이 없어서다. 야간에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실내시설인 다목적 체육관뿐이다.
수백억원 예산을 들이고도 조명시설 하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체육공원이 청주공항 활주로와 불과 1.5㎞ 떨어진 비행안전구역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청주공항은 17전투 비행단과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르면 비행안전구역 내에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유도등과 같은 항공등화 이외의 조명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A씨는 “활주로 인근이라 조명 설치가 어렵다는 건 주민들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인데 왜 체육공원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체육공원을 이용하는 직장인 동호인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비행기 이착륙 소음과 야간 사용 문제 등 탓이다. 이곳을 대관해 사용 중인 사회인 축구동호회 회원 B씨(43)는 “밤에는 전혀 이용할 수 없어 낮에 오는데 이마저도 고역”이라며 “비행기가 지나갈 때 귀가 멍멍해지고 옆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워 경기를 중단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공군과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해 체육공원을 야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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