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사 위험 있는 폐수처리 작업에 35년간 환경 측정 안 한 농식품공사

김태희 기자 입력 2021. 9. 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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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산재 유발’ 황화수소 검출
자회사 직원들 모른 채 작업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근로자 질식 위험이 있는 폐수 처리 작업을 하면서 현장점검 등 안전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독성물질 발생 여부도 35년여간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폐수 처리를 맡은 자회사 직원들은 질식 사고 가능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온 것이다. 해당 작업장에서는 독성물질인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23일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안전 및 유지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공사는 2013년 12월 자회사인 서울농수산시장관리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폐기물 처리 등 시설물 관리를 맡기고 있다.

자회사 직원들은 가락시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매일 가압펌프장 침전조에서 폐수오니를 수거하는 작업을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폐수를 배출하는 가락시장 가압펌프장 침전조는 질식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으로 분류된다.

밀폐공간에서 근무할 경우 근로자들은 작업 시작 전 안전·보건 주의사항 등을 문서로 제공받아야 한다. 작업을 맡긴 도급자(공사)는 근로자가 주의사항대로 근무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해당 밀폐공간의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 적정 공기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살필 의무도 있다.

감사 결과 공사는 밀폐공간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상 주의사항 등이 기록된 문서를 주지 않았다. 작업은 유해가스 농도 측정 없이 진행됐으며, 자회사 직원들이 적절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받고 있는지 순회·점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는 또 1986년 가압펌프장 설치 이후 작업환경 측정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25조는 근로자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작업을 할 때 건강 보호 등을 위해 도급자가 작업환경 측정을 반기에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 기간 중 서울시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가압펌프장 침전조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해당 작업장에서는 독성물질인 황화수소가 8.02PPM 검출됐다. 노출 기준치(15PPM)를 밑도는 수치지만, 황화수소 특성상 휘젓는 작업 등을 할 경우 녹아 있던 물질이 고농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서울시는 지적했다. 고농도 황화수소는 폐조직을 손상시키거나 호흡을 마비시킬 수 있다. 정화조와 맨홀 등 밀폐된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질식 사망 사고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공사에 작업환경 측정과 안전조치 이행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안전 및 보건조치를 소홀히 한 직원에 대해선 신분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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