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종전선언의 때는..

입력 2021. 9. 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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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히틀러 독일 총통과 '불가침'을 약속한 평화협정을 맺은 뒤, 국민에게 히틀러의 사인이 들어간 협정문을 흔들며 '평화가 왔다'라고 외쳤지만, 영국 국민에게 돌아온 것은 전쟁의 참화였습니다.

1973년엔 북베트남, 남베트남, 그리고 미국이 베트남 전쟁 종결을 약속한 '베트남 평화협정' 을 조인했지만, 미군이 철수하자 북베트남은 남베트남 대통령궁을 부수고 쳐들어가 항복을 받아냈죠.

지난해 2월엔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맺었죠. 그 결과는 현재의 아프간입니다. 평화협정이 반드시 평화를 보장하는 건 아니란 걸, 이렇듯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또다시 종전선언을 제안했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열려 있다.'라고 했지만, 바로 미 상원에선 북한을 불량국가로 칭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여야의 입장도 엇갈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를 안착시키고, 민족 염원인 통일을 이루는 길로 나아가는 실질적 첫걸음'이라고,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연설에 북한이 최근 발사한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걸 지적하며 '평화는 선언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제로 보여줄 때 가능한 것'이라고 꼬집었거든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역시 최근 '북한은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전속력으로 하고 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죠.

평화통일은 우리의 오랜 염원이지만, 종전선언 제안이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는 않을까요. 비핵화는 논의조차 없고 북한의 핵 위협은 갈수록 심화되는 이 상황이 한반도는 평화롭다고 주장하는 게 되진 않을까요.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전제, 이 토대 없이 외치는 평화는 어쩌면 진짜가 아닌 모래 위에 짓는 화려한 성이 될 수 있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종전선언의 때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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