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 D-3.. 급부상한 사민당, 16년 만에 정권 교체 가능할까
7월 독일 대홍수 이후부터 정당 지지율 역전
기후 위기, 코로나 대응 등 사민당 정책 호감 ↑
'메르켈 닮은꼴' 사민당 숄츠 선호도 급상승
사민당 승리하면 16년 만에 정권 교체
유럽 내 좌파 집권 국가 확산 추세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를 지지해 주세요. 그가 우리의 재산을 지켜줄 겁니다.”
독일 총선(26일)을 닷새 앞둔 지난 21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고향’인 슈트랄준트 선거 유세 현장에 나타났다. 총리에서 물러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유세 현장과도 거리를 두겠다고 밝혀 왔던 그가 선거운동 막판에 다급히 이곳을 찾은 건 자신이 이끌어 온 중도우파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 연합 지지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기민·기사 연합은 20%에 그쳤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25%)에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총선 2주 전쯤인 이달 13일 포르자(FORZA)의 여론조사에서도 사민당은 25% 지지율을 보여 1위를 지켰다. 기민·기사 연합은 21%로 고작 1%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올해 1월 줄곧 각종 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을 유지했던 때와 비교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셈이다.
여당 지지율을 끌어내린 건 7월 발생한 100년 만의 대홍수다. 당시 기민·기사 연합 총리 후보인 라셰트가 수해 현장에서 활짝 웃으며 장난을 치는 모습이 포착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명 구조와 수해 복구 등 집권당의 재해 대응도 부실했다. 반면, 연립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수해지원금을 집행하며 상승세를 탔다.
각 정당들의 환경 정책도 분위기 반전 요인이 됐다. 독일 최대 산업단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인 라셰트는 환경보호보다는 석탄 생산을 지지하는 정책을 내세워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원자력· 화력 발전을 멈추고, 2045년까지 독일 경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등 과감한 기후변화 정책을 내놓은 사민당과는 무척이나 대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도 여당은 완패했다. 독일은 이달 1일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61.1%로, 유럽 내에서도 다소 뒤처져 있다. 일부 여당 의원이 보건부에 코로나19 마스크 공급을 중개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마스크 스캔들’도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숄츠는 코로나19와 관련, 유럽연합(EU) 차원의 7,500억 유로(약 1,010조 원)의 경제회복기금 조성을 두고 프랑스와 극적 합의를 이루는 성과를 올렸다.
실제 숄츠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 함부르크 시장 출신인 그는 메르켈 내각에서 노동부 장관, 재무장관 등을 잇따라 맡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용하고 합리적인 성격, 결혼했지만 아이는 없는 점 등 때문에 ‘메르켈과 닮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코로나 팬데믹, 기후 위기, 난민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독일인들은 능력이 검증된 숄츠한테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이 원내 1당 탈환에 성공하면 16년 만의 정권 교체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에선 2017년 이후 모두 우파가 집권해 오고 있는데, 이 구도가 깨지는 것이다. 앞서 노르웨이 총선에서도 보수당 집권 8년 만에 야권 중도좌파연합이 승리하는 등 유럽 내 사회민주주의 부활 분위기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 상황에 비춰 사민당 단독 정부 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정은 불가피하다. 녹색당이나 극좌 링케 등과의 연정을 꾸릴 경우, 기존 메르켈 정권이 추진해왔던 정책은 큰 폭으로 바뀔 게 확실하다. 독일 언론들은 “사민당 집권 시 최저임금 인상, 노령연금의 장기보장 등 저소득층 복지를 위한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한편, 부유세 등 고소득자 증세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속단은 이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알렌스바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 중 부동층은 40%에 달했다. 볼프강 메르켈 베를린 훔볼트대 정치학 교수는 “부동층이 많고, 1, 2위 간 격차가 크지 않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막판에 부동층은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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