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단체들의 자율규제기구 제안, 정치권은 존중하라
[경향신문]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을 대표하는 7개 현업단체가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보가 있는 경우에도 신속하게 잘못을 바로잡는 데 소홀했다고 자성하면서 실효적인 자율규제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물로 규제기구를 만든 뒤 보도 심의·평가 결과를 해당 언론사에 알려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안을 주목한다.
여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은 여야 8인 협의체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추석 전 개정안에서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고의·중과실 추정’과 ‘허위·조작보도 정의’ 등 모호한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반대만 하던 국민의힘은 이날 징벌적 손해배상 등 문제조항을 뺀 대안을 제시했다. 두 당이 사사건건 맞서고 있어 26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8인 협의체에서 논의된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안을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는 물론 독립적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마저 중재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터다. 개정안의 골격이 유지되는 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는 이들 기관의 평가를 여권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신중을 기해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옳다.
여야 두 당은 이달 초 8인 협의체를 만들면서 언론단체들이 제안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 언론개혁에 부합하는 개정안을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현업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언론의 생명은 자유이고 자율이다. 가짜뉴스 대책도 징벌적 손배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언론단체는 언론자율규제기구에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언론단체들의 자율규제기구의 활동과 성과를 먼저 지켜보는 게 옳다. 언론이 자율규제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가는 것 이상 좋은 대안이 없다. 언론중재법 개정은 그 이후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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