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년 만의 전기료 인상, 전기료 체계 현실화 계기돼야
[경향신문]
전기요금이 내달 1일부터 kWh당 3원이 올라 월평균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050원 인상된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23일 4분기 전기생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전 분기 -3원에서 0원으로 책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전기료 인상은 8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국내 전기료가 지나치게 낮아 시민들의 전기 소비 자제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인상이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의 정상화·현실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기료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은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국제적 연료값 상승이다. 연료비 인상분을 전기료에 반영하지 않은 데 따른 한전의 적자 누적도 이유다. 정부와 한전은 1월부터 전기생산 연료비를 전기료에 3개월 단위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 실정에서 연료비를 전기료에 정상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원가보다 싼 전기료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전기 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지난 1~3분기 동안 전기료에 연료비를 반영하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에서 전기료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데도 연료비 연동제를 유명무실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은 전기발전 연료를 수입하는 국가임에도 전기료는 세계적으로 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2019년 한국 가정용 전기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6개국 중 가장 싸다. 1인당 전기요금도 가장 값싼 국가 1~2위를 다투고, 1인당 전력사용량(2018년)도 OECD 평균보다 늘 높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전기료의 정상화·현실화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과 언론은 전기료 인상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 왜곡이다. 탈원전 정책은 향후 60년간의 장기적 계획으로 원전의 전력생산량을 보면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았다. 연료비 구입단가가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이 싸다고 강조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안전비용과 폐연료관리비, 기후위기 개선비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서다.
전기료의 현실화, 전기 절약은 기후위기 대응과 시대적 흐름인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이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정착 및 복잡한 전기료 체계의 개선 방안 마련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전기료 정상화의 당위성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소비자들도 값싼 전기를 계속 쓰겠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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