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웰컴 제너레이션
[경향신문]
‘웰컴 홈’ ‘웰컴 백’ ‘웰컴 투 ○○’ …. 환영한다는 뜻의 웰컴(welcome)은 듣기만 해도 정겹다. 두 팔 벌려 환대하는 포근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어떤 일도 적극적으로 대한다는 긍정적인 어감도 준다. 웰컴 센터니 웰컴 드링크, 웰컴 키트, 웰컴 보드 등 이 말이 들어간 언어조합과 상품이 많은 이유이다. 이 ‘웰컴’이 최근 뜻밖의 조합으로 깊은 울림을 던졌다.
추석연휴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유엔총회 연단에 선 방탄소년단(BTS)의 입에서 ‘웰컴 제너레이션’이란 말이 나왔다. 이들은 “가장 다양한 기회와 시도가 필요한 시기에 길을 잃게 됐다는 의미에서 지금의 10대, 20대들을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코로나19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젊은 세대의 진취성을 강조했다. 변화에 겁먹기보단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라는 의미에서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들의 선언이 더 감동적인 것은 이들이 전 세계 팬들로부터 직접 ‘웰컴’ 사연들을 모았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은 연설에 앞서 SNS에 “여러분에게 지난 2년은 어땠고, 현재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나요?”라며 ‘당신의 이야기(your stories)’를 들려달라고 젊은 세대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와 키워드를 중심으로 유엔 연설문을 작성했다. 젊은 세대의 대표가 스스로 자신의 세대를 규정짓는 호칭을 만들어낸 셈이다.
전 세계 젊은 세대가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며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웰컴’하자는 메시지만큼 위로가 되는 것은 없다. “어른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이들은 “세상은 분명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필요한 건 해주지 못한 채 말로만 안쓰럽다면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호칭을 붙인 건 기성세대의 편견 아닐까. 웰컴 제너레이션 명명은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그들의 길을 잘 헤쳐가고 있다는 증거다. 길을 잃은 건 기성세대이다. 유엔에서 매번 연설 그 이상을 보여주는 BTS에 박수를 보낸다.
송현숙 논설위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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