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차 토론회..너도나도 "내 공약 베꼈다" 난타전
[경향신문]
국민의힘의 23일 2차 대선 경선 TV토론회의 중심은 공약 검증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공약을 두고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면서 “카피 닌자” “공약 짬봉”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윤 전 총장, 홍 의원, 원 전 지사는 핵무장론을 두고 서로 엉켜 논쟁을 벌였다.
■공약 배틀…윤석열 공약 표절 논란
국민의힘이 주관해 당 유튜브로 생중계된 대선 경선 2차 TV토론회에선 후보자간 ‘공약 배틀’이 벌어졌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공약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화살이 몰렸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청년 대상 주택담보대출 비율 80% 허용 공약을 두고 “정세균, 이낙연, 유승민 후보 공약을 짬뽕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또 윤 전 총장의 안보 공약 중 ‘국익우선주의’란 표현을 거론하며 “그건 내가 한 얘기다. 자기 고유의 생각으로 하는 공약이 아니고, 참모들이 만들어준 공약을 발표하니까 자꾸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국익우선이라는 말에 특허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소상공인 관련 공약을 “갖다 쓰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갖다 쓰는 건 좋은데 ‘카피 닌자’라는 별명이 붙은 건 혹시 아시나”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군필자 주택청약시 가산점 부여 공약에 대해 “제 공약과 가점 5점 등 숫자까지 똑같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제 공약 얼마든지 갖다 쓰시라. 저는 환영한다”고 받아쳤다. 유 전 의원은 “미국 대선에서도 공약 표절은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홍준표의 핵무장론 두고 설전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핵무장론에 대해 선공을 펼쳤다.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이 내놓은 나토식 핵공유 및 자체 핵무장 검토 공약을 거론하며 “국민들한테는 (핵무장 주장이) 사이다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향후 (북한과의)핵협상에서 국익에 굉장한 손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할 경우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의 요구를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홍 의원은 독일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이 (핵 공유를) 거절하자 (독일의) 슈미트 수상이 프랑스와 영국처럼 ‘핵개발하겠다’고 하자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했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캠프에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합류했다는 점을 들어 윤 전 총장의 대북 공약을 “문재인 2기의 대북정책”이라고 공격했다. 이 전 본부장의 재임 기간이 2017~2019년 문재인 정부 때였다.
원 전 지사도 홍 의원의 핵무장론을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전술핵 배치, 핵공유는 지금 현재 미국과 조율 안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부분은 먼 이야기”라며 한·미동맹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정선거, 배신자 논란도 여전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중심에 두고 황교안 전 대표와 하태경 의원은 이날도 맞붙었다. 하 의원은 1차 TV토론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여지를 남긴 발언을 한 윤 전 총장을 향해서 “일고의 검토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어야 한다”며 “윤 후보의 발언 때문에 우리 당 전체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쫓는 당으로 치부됐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황 후보가 동의를 구하는 말씀을 해서 나도 좀 이상하긴 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말했다”고 답했다.
황 전 대표는 발언 시간과 주도권 토론 시간 대부분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데 썼다. 그는 총선 당시 비정상 투표용지에 대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썼다가 내린 최 전 원장을 향해서 “그 글 보고 반가웠는데 얼마 안 돼 입장을 바꾸고 내렸다. 명확한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최 전 원장은 “다소 오해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내렸다”고 답했다.
토론 말미에는 ‘배신자’란 단어도 다시 등장했다. 홍 의원은 유 전 의원에게 “아픈 질문을 하겠다”면서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 전 의원은 “일관되게 제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박근혜 탄핵은)정당했다고 말씀드렸고, 다만 보수가 그 이후에 분열된 거기에 대해서는 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홍 후보님이 진정한 배신자다. 그렇게 말이 바뀌면 그게 배신이지 그게 소신이냐”면서 “제가 배신자면 최순실(최서원)이 충신이냐”고 역공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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