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한 10대 형제.. 동생은 비명 안 들리게 창문 닫았다

10년 가까이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인)를 받는 10대 형제가 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9년간 길러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수십회 찔러 살해하고 그 범행을 도운 10대 형제가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휴대폰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는 할머니의 꾸중이 듣기 싫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임예진)는 친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A(18)군을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동생 B(16)군을 존속살해 방조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 8월 30일 대구의 자택에서 친할머니 C(77)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했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생 B군은 형의 범행 당시 할머니의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 동기는 할머니의 꾸중이었다. A군은 검찰 조사에서 “평소 휴대폰 게임에 몰입한다는 이유로 (할머니가)잔소리를 자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할머니를 살해하기 전 인터넷으로 범행 수법 등을 검색한 내역이 확인됐다.

검찰은 A군 형제의 범행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A군 등이)모두 주의력 결핍 등으로 인한 진료와 상담 내역이 있지만 폭력사범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정도”라면서 “대검찰청 자문 결과 역시 판단력에 영향을 끼치는 심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지난 2012년 부모와 연락이 끊긴 A군과 B군은 각각 9세, 7세 때부터 조부모의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 C씨와 할아버지 모두 신체 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는 “A군 등이 지은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으며 피해자 유족 지원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