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학생들, 공원에서 노숙 시위.."방값 너무 비싸"
[경향신문]
터키의 대학생들이 치솟는 임대료와 기숙사 부족에 항의하며 닷새째 전국 곳곳의 공원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고 있다.
터키 매체 휘리예트 데일리 뉴스는 23일(현지시간) 대학생단체 ‘우리에겐 쉼터가 없다’ 회원들이 이스탄불, 이즈미르, 앙카라 곳곳의 공원 벤치에서 밤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은 “우리에겐 쉼터가 없다” “노숙인”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치거나 몸자보를 입고 지난 19일부터 공원에서 노숙했다. 이즈미르의 부카 지역에서는 경찰이 학생들에게 텐트 철거를 요구했고 이를 어긴 학생들은 연행했다.
이들은 대학 근처의 집값이 터무니없이 올랐다면서 터키 정부에 임대료 보조금 지급과 민간 사업자에 대한 임대료 인상 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탄불에 있는 바체세히르 대학 연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이스탄불의 임대료는 51%, 앙카라는 32%, 이즈미르는 31% 급등했다. 터키의 보아지치대 근처 임대료는 290%나 올랐다.
이스탄불기술대학생 사리카야는 “월 임대료로 최소 3500리라(48만원)를 내야 한다”면서 “그보다 싼 집은 창문이 없거나 더럽다”고 휘리예트 데일리 뉴스에 말했다. 터키의 국립 예술대인 미마르시난 미술대에 다니는 카델렌 샤힌은 “기숙사가 꽉 차서 월 임대료가 3000리라(41만원)까지 올랐다”면서 “하지만 집주인은 집을 구하는 사람이 대학생이면 4000리라(54만원)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를 연간 임대료로 환산하면 터키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8598달러(1009만원)의 최대 64%에 달한다.
터키는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대면 수업을 중단했다가 올해 재개했다.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많은 터키 대학생이 학교 복귀를 기뻐했지만 높은 집값 상승과 부동산 수요·공급의 불균형이라는 가혹한 현실과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가지치대에 다니는 올케이 아틱(22)은 “기숙사를 신청해도 자리가 없고 하숙집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올라서 나는 이 공원에 있다”면서 “정부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미들이스트아이에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9일 “임대사업자들의 불공정이나 불법 행위를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에는 에르도안 정부 집권 18년 동안 전국의 기숙사가 190개에서 769개로 늘어났다는 트윗도 올렸다.
그러나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마흐무트 타날 의원은 트위터에서 터키의 공공 기숙사 수가 전체 수요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20년이 지나도록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스탄불 시의원 테일런 일디즈도 지역신문 인터뷰에서 “대학생 수가 2002년 150만명에서 현재 820만명으로 늘었지만 지난 10년간 이스탄불에 2개의 기숙사만 지어졌다”고 말했다. CHP의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시장은 “시 당국이 주거 문제를 겪는 학생들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터키 이스탄불에만 130만명 넘는 대학생이 57개 대학에 재학한다. 32만명이 앙카라의 22개 대학에, 17만6000명이 이즈미르의 10개 대학에 다닌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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