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10채 중 4채 2030이 샀다
치솟는 집값에 "일단 사자"
미혼인 이 모씨(31)는 올해 초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를 매수했다. 딱히 연고는 없었지만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나오고, 역세권이라는 점이 끌렸다.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최대 3억원까지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억원 정도만 마련하면 됐다. 이씨는 "만약 집이 있는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면 1가구 2주택이 되는데, 실거주를 2년하고, 혼인 후 5년 안에 한 채를 처분할 경우 비과세된다는 점이 메리트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20·30대 비중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이를 두고 '패닉 바잉'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세부터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이전 세대와 환경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 비해 맞벌이 부부 비중이 높고, 사상 유례가 없는 매매가격·전세가격 동시 상승기여서 차라리 매매가 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주택을 보유한 40대 이상이 취득세·양도세 등의 거래비용이 높아 이사를 하지 못하면서 통계상 20·30대 매매 비중이 높아 보이는 효과도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1~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신고일 기준) 3만4045건 가운데 매입자 연령이 30대인 경우가 36.9%(1만255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5.0%)까지 더해 30대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이 비율은 41.9%까지 올라간다. 2019년 말에는 31.8%였는데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1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패닉 바잉이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전세난과 낮은 청약 가능성이 이들을 매수로 이끌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작은 집이라도 장만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 등 소득수준이 높아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더 늦기 전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30대의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40대 이상의 수요 감소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규제가 강해지면서 다주택 보유 수요가 급감하고, 거래비용 급증으로 갈아타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40대 이상 수요가 이전보다 감소한 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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