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사태 '긴급 진화' 나섰지만 역부족..그룹 쪼개 국유기업 재편 관측도

조양준 기자 입력 2021. 9. 23. 17:50 수정 2021. 9. 23. 21: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中 경제시스템]
■ 中 20조원 긴급 유동성 투입
1,000억원 달러채권 상환 오리무중
中 지방정부 헝다 프로젝트 인수 준비
비핵심사업 매각 시나리오 부상
주식·채권시장 2차 충격 대비해야
[서울경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3일 시중 채권 등을 사들이는 역매입 방식으로 1,100억 위안(약 20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헝다그룹발(發) ‘부채 위기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헝다 발행 채권을 사들인 현지 지방은행을 상대로 돈을 풀어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을 막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파산 초읽기’에 들어선 헝다 입장에서도 은행 이자 지급기일을 늦추는 등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그러나 헝다가 진 부채가 총 360조 원에 이르는 데다 지급 만기도 속속 돌아오는 만큼 긴급 조치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이 이미 각 지방정부에 헝다 파산에 따른 후속 조치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구제’에 나서기보다는 헝다 사태가 불러올 금융 및 고용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회계 및 법률팀을 꾸려 헝다의 재무 사항을 검토하고 지방 국영 개발 업체 등에 헝다 부동산 프로젝트 인수 준비를 시키라는 지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 원 달러화 채권 이자 상환 오리무중

이날 인민은행이 발표한 유동성 공급 규모는 총 300억 달러(약 35조 원)인 헝다 발행 채권 총액(달러·위안화 포함)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들은 헝다가 이달부터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채권 이자 총 6억 6,800만 달러(약 7,870억 원)에 대해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헝다는 성명을 내고 당장 이날이 마감 기한이었던 위안화 채권 이자 2억 2,300만 위안(약 422억 원)을 ‘채권 보유 기관과 개별 접촉을 통해’ 해결했다고 밝혔다.

헝다를 향해 ‘대마불사라는 요행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중국 당국은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등 헝다가 ‘중국판 리먼브러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결국 선제 조치를 꺼낸 모양새다. 앞서 월가에서도 ‘시진핑 정부가 헝다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만큼은 막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로는 헝다 사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당장 헝다가 이날 마감인 8,350만 달러(980억여 원) 규모의 달러 채권 이자를 해결했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헝다가 채권단과의 합의를 통해 이자 지급일을 미뤘는지 등에 대한 어떠한 발표도 나오지 않았다. 위안화 채권 이자의 2배가 훌쩍 넘는데 이 중 일부 채권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신흥국 위기로 전이될 수 있어

시장에서도 헝다의 파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CNBC와 대만 자유시보 등은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사태의 여파로 헝다가 부동산과 금융·전기차 등 3~4개 국영기업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앞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헝다 사태가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미치고 그 파장이 전 세계로 번질지 여부다. 헝다가 디폴트를 막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면 8,000여 개에 달하는 협력 업체가 줄도산하고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부동산 시장 둔화를 이유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5%에서 8.1%로 낮춰 잡았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 시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임박했음을 공식 발표하는 등 긴축 기조로 전환하는 가운데 헝다 충격까지 겹칠 경우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헝다 문제는 중국에 국한된 것”이라면서도 “중국이 신흥국 부채를 대거 보유한 것은 위험 요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헝다 사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흥국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노엘 퀸 HSBC 최고경영자(CEO)도 “헝다 사태는 세계 주식·채권시장에 2차·3차 연쇄 파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에서는 헝다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치닫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티안 스트라크 핌코 글로벌신용조사 책임자는 “단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궁극적으로 중국 금융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