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씨젠, 진단시약 20년 한우물.."PCR 대중화로 100조 기업 도전"
기존 제품보다 훨씬 가볍고
코로나·인플루엔자 등
15개 호흡기질환 동시진단
대형병원서만 했던 PCR 검사
동네병원서도 손쉽게 진단
내년 이후 전 세계 판매 개시
2030년 연매출 100조원 가능
美월간 패스트컴퍼니 선정
올 혁신기업 20위 오르기도
화이자·모더나와 어깨 나란히
최근 서울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만난 천종윤 대표(65)은 "업계를 대표해 귀한 훈장을 받은 것 같다"며 "아시아·태평양에서 1등 기업으로 꼽힌 국내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1년 동안 유전자증폭(PCR)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기업은 전 세계에서 씨젠이 유일무이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장비에만 집중할 때 씨젠은 시약 기술에 긴 기간 집중해온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진단시약의 숨은 강자로 평가받던 씨젠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당시 씨젠의 시약 기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뛰어넘는 독보적 성능으로 전 세계 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WHO는 수백 개에 달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가운데 핵심 유전자 2개를 검출할 수 있어야 코로나19 진단시약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씨젠은 4개 유전자를 정확히 검출해낸 것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씨젠의 코로나19 진단시약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내준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60개국이 앞다퉈 씨젠의 시약을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씨젠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연매출 1조원 신화를 기록했다.
천 대표는 "이제부터는 분자진단이 대형 병원에서 전문가 손을 거쳐 진행돼온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씨젠이 26일 미국 임상화학회(AACC)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조합형 분자진단검사 자동화 솔루션 '에이오스(AIOS)'가 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병원의 전문인력뿐 아니라 동네 병원에서도 자유롭게 진단을 내리는, 이른바 'PCR 대중화'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천 대표는 "에이오스가 구현한 검사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분자진단이 대중화돼 개인이 일상에서 분자진단으로 증상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되면 어떤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해도 팬데믹까지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오스의 첫 공개 무대인 AACC는 세계 각국 체외진단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진단 분야의 세계 최대 전시회다. 전 세계 진단 관련 기업들이 진단 기술, 시약·장비, 검사법 등에 대한 최신 기술과 정보를 선보이는 자리인데, 올해는 미국에서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현지시간) 열린다. 천 대표의 에이오스 발표는 첫날인 26일 미리 제작한 영상을 통해 공개된다.
천 대표는 "에이오스가 구현한 검사 자동화 솔루션은 검체 채취 다음 단계인 핵산 추출부터 PCR 검사, 최종 결과 판독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해외에서 일부 기업이 완전 자동화 기기를 내놨지만, 씨젠처럼 여러 개 병원체를 동시에 검사해 각종 감염병 등에 대응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천 대표에 따르면 검사 자동화 솔루션은 이미 대부분 국가에서 판매승인을 받고 사용 중인 만큼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게다가 씨젠의 자동화 분자진단 기기는 무게가 해외 장비에 비해 훨씬 가볍다는 것이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천 대표는 "기존에 출시된 자동화 PCR 장비는 일체형 모델"이라며 "기기 한 대의 무게가 1~1.5t에 달하고 부피가 큰 데다 장비 한 대에서 진단할 수 있는 시약 종류가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나의 장비로 한정된 수의 검사만 진행할 수 있어 다양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장비를 여러 대 갖춰야 한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규모가 작은 일반 병원 등에선 분자진단검사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분자진단이 가능한 병원은 병상 수 기준 9% 남짓인 대형 병원뿐이다. 장비 규모와 검사에 걸리는 시간, 한정적인 시약 적용성 등의 한계로 대형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병원과 일선 병의원에서는 분자진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천 대표는 "씨젠 장비는 기존에 허가를 받은 장비 두 개를 조합하는 형태인 데다 무게와 가격도 기존 장비보다 경쟁력이 있다"며 "게다가 장비 한 대로 여러 질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어 중소형 병원으로 사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씨젠은 변이를 포함해 총 10종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최대 15종의 호흡기 병원체를 동시 검출해내는 기술력도 갖췄다. 이 같은 기술을 자동화 PCR 장비에 탑재할 경우 동네 병원 어디에서나 손쉽게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등 여러 호흡기 질환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천 대표는 "분자진단의 잠재시장이었던 중소형 병원까지 공략한다면 에이오스를 계기로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2030년께 연매출 100조원을 넘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천 대표는 내년이 씨젠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단 업계 최초로 대부분 병원에서 분자진단이 이뤄질 수 있는 길을 열어젖히면서 미국 시장에도 처음 진출하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오라드라는 현지 협력사와 협업해 미국 사업의 돛을 올린다"며 "에이오스가 세계 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하면 동네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는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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