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발 떼려는 연준..통화 긴축 속도 더 빨라진다
내년 6월 테이퍼링 끝내고 바로 금리 올릴듯
"물가 높아질 위험"..작심한듯 변신한 파월
'역대급' 파티 즐긴 뉴욕 증시, 악재 또 늘어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
21~22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직후 나온 월가의 반응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례 없는 돈 풀기를 통해 미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연준이 ‘출구전략’을 본격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는 관측이 급부상했다.
FOMC 위원 절반 “내년 금리 올린다”
이날 오후 2시, 연준이 공개한 통화정책 성명서와 경제전망은 시장을 다소 놀라게 했다. 가장 눈에 띈 건 FOMC 위원 18명이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각자 찍은 걸 종합한 점도표였다. 18명 중 내년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9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6월 FOMC 당시 7명에서 2명 늘어났다. 9명 중 6명은 1번 추가 인상(0.25~0.50%)을, 3명은 2번 추가 인상(0.50~0.75%)을 각각 점쳤다.
연준은 그동안 2023년 인상을 시사해 왔는데, 이날부터 내년 쪽으로 기울게 됐다. 씨티그룹은 “점도표가 예상보다 크게 상향 조정됐다”며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연준의 확신이 커졌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2023년의 경우 6명은 지금보다 4번 추가 인상한 1.00~1.2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1.50%~1.75%를 점친 이는 3명이나 됐다. 6월 당시 1.00% 이상을 찍은 위원은 5명에 불과했는데, 3개월 사이 9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날 처음 나온 2024년 점도표에서는 1명의 위원이 2.50~2.75%를 점쳤다. 내년 이후 2년여간 최대 10번 인상할 것이라는 ‘소수의견’까지 있다는 뜻이다.
연준은 아울러 성명서를 통해 11월 테이퍼링 발표를 강하게 시사했다. “(물가와 고용의)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이어진다면 자산 매입 속도 완화를 곧(soon)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히면서다. 어떻게든 올해부터 긴축 모드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다.
또 주목받은 것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다.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기존 3.0%에서 3.7%로 상향 조정했다. 정책 목표치를 한참 상회하는 수치다. 이와 함께 내년(2.1%→2.3%)과 2023년(2.1%→2.2%) 모두 올렸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읽힌다.
내년 6월 테이퍼링 끝낼듯…시장 화들짝
시장이 더 놀란 건 오후 2시30분 제롬 파월 의장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은 내년 중반께 종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월가의 예상보다 약간 빠르다.
그는 “(테이퍼링에 돌입할 만큼 미국 경제는) 실질적인 추가 진전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많은 FOMC 위원들이 고용 쪽에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을 충족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더 나아가 “고용보고서가 괜찮게(decent) 나온다면 11월 테이퍼링 개시를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이를 두고 “11월 발표와 동시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월 1200억달러인) 채권 매입의 감축 규모는 월 150억달러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11월 테이퍼링을 개시해 내년 6월에 끝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취재기자가 “속도가 좀 빠르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까지 했을 정도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테이퍼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건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를 일찌감치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퍼 비둘기’ 파월 의장이 작심한듯 매파 색채를 풍겼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또 “공급망 병목 현상이 당초 전망보다 이어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만 반복했던 최근 기자회견과는 사뭇 달랐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이와 관련해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12월까지 이어지면 물가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연준이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시장 공포를 키우고 있는 중국 부동산기업 헝다(恒大·에버그란데) 파산설에 대해서는 “중국에 국한된 문제로 본다”며 “미국 주요 은행들의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상황이 이렇자 팬데믹 이후 줄곧 ‘역대급’ 파티를 즐겼던 뉴욕 증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 헝다 파산설, 바이든 정부의 증세 등의 악재에 빠른 긴축 모드 위험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점도표 상향으로 장기 국채 금리가 상승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이는 금융시장에 전방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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