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수감자 대처 미흡해 사망, 인권위 "법무부가 유족에 배상해야"

이윤식 2021. 9.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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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집단감염 등
수감시설 의료사고 속출
[사진 출처 =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는 구치소의 의료 조치 미흡으로 사망한 수감자의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인은 생전 구치소 측에 자신이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다고 알렸지만, 당직 교도관 교대 때 이 같은 정보가 제대로 인계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권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피해자의 유가족에 대해 적절한 금액을 배상하기를 권고한다"는 취지의 결정문을 작성했다.

인권위에 제출된 진정서와 구치소 측 자료, 현장 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A씨는 지난해 5월 7일 벌금 500만원을 미납해 부산 해운대 인근에서 검거됐고, 다음날 부산구치소에 노역 수감됐다. 그는 공황장애와 수면장애를 앓고 있었고 이를 구치소 측에 알렸지만 해당 정보는 제대로 인계되지 못했다. 구치소 직원들은 자살·자해와 타인에 대한 위해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같은 달 9일 오후 A씨에게 금속보호대와 보호 장비를 착용시켰다. A씨는 다음날인 10일 오전 6시께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구치소 측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평소 복용하던 약이나 소견서를 소지하지 않았고 특별한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휴무일과 야간 시간에는 의료 인력이 부족해 A씨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구치소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A씨는 입소 초기에 스스로 자신이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약을 복용 중임을 교도관에게 밝혔다"며 "야간·주말 의료과 진료 체계 부실은 형집행법상 위생·의료 조치 의무, 헌법상 건강권 등을 위반 또는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A씨 사망 사건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감찰을 실시했다. 법무부는 "해당 구치소 직원들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반복·중첩돼 발생했다"며 현장근무자와 감독책임자 등 관련자 18명에 대해 인사·중징계 조치했다. 법무부는 뒤늦게 '인권 보호 중심의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보호장비 16시간 초과 사용을 제한했으며 '정신질환 수용자 인권 증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 정부에서 교정시설 내 의료 조치·위생 관리 미흡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 넘게 발생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의료용품을 지급하거나 일회용 의료용품을 재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대구교도소는 당뇨병이 있는 수감자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인슐린을 지급했고, 같은 해 10월 강릉교도소는 인슐린 투약용 일회용 주삿바늘을 재사용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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