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은 100세시대 '생명선'..당신의 혈관나이는 몇살입니까?

이병문 2021. 9.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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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두바퀴반 길이 혈관 막히면
우리 몸 구성하는 60조개 세포에
산소·영양분 충분히 공급 못해
면역기능 확 떨어지고 체온 낮아져
뇌졸중 위험 커지고 건강 적신호
혈관 건강의 적 '3고' 예방하려면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 초기관리 중요
포화지방 섭취 가급적 줄이고
걷기·등산 등 꾸준한 운동습관 필수
충분한 수면 시간도 도움
멜라토닌 분비 늘려 혈관노화 막아

◆ 매경 포커스 / 100세 건강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은 혈관과 함께 늙는다. 나이가 들면 혈관 역시 노화되고 퇴화한다. 우리 몸의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10만㎞에 달한다. 지구 두 바퀴 반에 해당한다.

혈관은 나이를 먹을수록 탄력을 잃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여기에 과식이나 과음, 운동 부족과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이어지면 혈액(피)과 직접 닿는 '혈관내피'에 혈액 속의 지방이나 유해 콜레스테롤이 들러붙는다. 이것을 청소하기 위해 '대식세포(macrophage)'가 출동해 지방과 유해 콜레스테롤을 먹어 치운다. 문제는 유해물질을 모조리 먹어 치운 대식세포가 통통하게 살이 쪄서 그대로 혈관 내벽에 붙어 '플라크'라는 흐물흐물한 혹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플라크는 쉽게 벗겨지거나 찢어져 그 부위를 복구하기 위해 다량의 혈소판이나 백혈구가 모여 핏덩어리를 만든다. 이게 바로 혈관을 막는 '혈전'이다. 혈전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져 혈관을 막게 된다.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심장 혈관을 일부 막으면 '협심증', 완전히 막으면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라고 한다. 뇌졸중은 뇌경색, 뇌출혈을 비롯해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뇌가 손상된 모든 질환을 일컫는다. 도로나 상하수도가 막히면 도시가 엉망이 되듯이 혈관이 막히면 산소와 영양분이 세포에 공급되지 못해 각종 질환에 노출되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목숨을 건져도 몸 한쪽에 마비가 오거나 실명, 시력 저하, 언어 장애 등의 후유증이 남게 된다. 혈관이 100세 시대 수명을 결정짓는 생명선이라는 얘기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무려 60조개에 달한다. 이 세포가 살려면 끊임없이 맑은 산소와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하고, 세포에서 나온 노폐물을 운반해 배출해야 한다.

혈액은 심장→동맥→모세혈관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해 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온다. 심장에 들어온 혈액은 폐를 거쳐 깨끗한 산소를 싣고 다시 심장을 통과해 온몸으로 퍼진다. 혈관의 혈류 순환, 즉 산소와 영양소,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의 물질 교환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가 건강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혈액이 몸 전체의 혈관을 한 바퀴 도는 데 30~50초 걸린다. 혈관은 체온과 수분, 면역세포(백혈구 등)를 몸 전체에 운반하는 통로 역할도 겸한다. 수족냉증은 손과 발의 말단 부위까지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일어나는 증상으로 심하면 세포가 괴사한다. 자리에 누워서만 지내는 와병 환자에게 생기는 욕창도 장기 입원에 따른 혈관 압박으로 인한 괴사의 일종이다. 혈관이 건강해야 혈액이 말초 모세혈관까지 충분히 공급되어 세포가 활성화되고 재생능력이 상승해 면역 기능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혈액 순환은 암과도 관련이 있다. 모세혈관의 혈류가 좋아지면 혈액 속 적혈구가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고 체온이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암세포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반대로 혈류가 나빠져 저산소·저체온 상태가 되면 암세포가 활성화된다. 혈관은 상처가 나면 피가 흘러 나와도 혈관 자체가 목이나 위(胃)처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없다. 이 때문에 혈관을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혈관의 침묵은 일단 사고가 나면 곧바로 목숨을 앗아갈 만큼 무섭다. 또한 의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혈관 자체의 퇴화를 막을 치료 방법이 아직 없다. 이 때문에 50~60대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지만, 70대 이상은 심장 질환 1위, 암 2위, 뇌혈관 질환 3위다. 이시이 히카루 박사(신니혼바시 이시아 클리닉 원장)는 '혈관을 알아야 건강이 보인다' 저서(이콘 출간)에서 "생명을 앗아 가는 무서운 질병의 약 90%가 바로 혈관 질환으로 인해 발병률이 증가한다"며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익혀 혈관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혈관은 외막, 중막, 내막 등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혈관의 시작과 끝은 심장이다. 심장의 펌프작용으로 뿜어진 혈액은 대·중·소동맥을 거쳐 세동맥까지 운반되고 모세혈관, 세정맥, 소·중·대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심장에서 몸의 말단으로 이어지는 혈관은 '동맥(動脈)', 말단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혈관은 '정맥(靜脈)'이다. 동맥과 정맥은 5대5의 비율로 길이가 같다. 동맥은 대동맥, 세동맥으로 정맥은 대정맥, 세정맥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혈액량은 길이와 달리 동맥 20%, 정맥 80%의 비율로 흐른다.

특히 대동맥~세동맥에 전체 혈액량의 15%가, 세정맥~대정맥에 64%가 흐른다. 동맥과 정맥의 연결 부위는 매우 가느다란 '모세혈관'이다. 모세혈관은 지름이 5~10㎛(마이크로미터·1000분의 5~10㎜)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모세혈관을 지나는 적혈구와 백혈구의 지름은 7㎛이다. 혈관의 약 90%를 차지하는 모세혈관은 1500억개로 온몸을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다.

대동맥을 고속도로, 세동맥을 일반도로, 모세혈관을 집 앞의 골목길에 비유했을 경우 집(세포) 앞 골목길에 다른 차가 주차되어 장애가 된다면 짐(산소와 영양분)을 실은 트럭(적혈구)은 집 앞까지 들어올 수 없다. 만약 트럭이 집 앞까지 올 수 없으면 쓰레기(이산화탄소·노폐물)를 회수하지 못해 순식간에 쓰레기장이 되고 말 것이다.

이 같은 혈관 건강 악화는 고령화와 함께 올바르지 못한 식생활, 운동 부족,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등이 주범이다. 나이를 먹으면 피부 탄력이 없어지고 기미나 주름이 늘어나듯이 혈관도 노화가 진행되는데, 잘못된 식생활 습관은 혈관 노화를 더욱 촉진한다. 전형적인 혈관 노화 증상은 바로 '동맥경화'다. 동맥경화(動脈硬化)는 글자 그대로 동맥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동맥경화와 혼용돼 사용되는 죽상경화(粥狀硬化)는 동맥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죽처럼 엉겨 붙는 현상을 의미한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동맥경화와 죽상경화를 합친 말로,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마치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이면서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혈관도 이 같은 과정이 진행돼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죽상동맥경화의 주원인은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 등으로 '혈관 3고(高)'라고 부른다.

혈관의 건강 상태는 동맥경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검사해 이를 평균 수치와 비교하는 방법으로 알 수 있다. 소위 '혈관 나이'다. 혈관 나이는 간편한 'ABI(Ankle Brachial Pressure Index·발목상완지수) 검사'와 좀 더 정밀도가 높은 'PWV(Pulse Wave Velocity·맥파전파속도) 검사', 뇌로 연결되는 목 부위 동맥을 살펴보는 '경동맥초음파 검사'로 측정할 수 있다. ABI 검사는 침대에 누워 양쪽 팔과 발목 네 곳의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혈관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다. PWV 검사는 혈관 탄력성을 측정하데 딱딱한 물질일수록 진동이 빠르게 전달된다는 물리법칙을 이용한다. 경동맥초음파 검사는 0.01㎜ 고해상도 초음파 장비를 활용해 혈관 내부를 직접 관찰해 플라크 유무와 그 두께까지 파악할 수 있다.

혈관 건강의 기본은 올바른 생활 습관이다. 평소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흡연을 한다면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또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포화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하루 300㎎ 이하로 줄이고 포화지방은 칼로리의 10% 이하로 조절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고밀도(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걷기, 수영, 등산, 에어로빅,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이 생활 속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은 항산화 성분이 강한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혈관 노화를 방지하고 혈관 나이를 젊게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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