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영 前부총리의 인생 삼모작 "귀촌 15년차..삶의 주인 됐지요"

이향휘 입력 2021. 9.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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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생 삼모작' 펴내
연세대 교수·공직 생활 이후
강원도 고성에서 과수 재배
여름엔 농사, 겨울엔 글쓰기
농사도 인생도 이모작이 쉽지 않은데 무려 삼모작(三毛作)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름엔 땡볕과 싸우며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한가로이 글을 쓰는 안병영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80·연세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사진)이다.

그는 최근 에세이 '인생 삼모작'(21세기북스)을 내고 "첫 번째 일터에선 30년 열심히 일하고, 50대 중반에는 못자리를 옮겨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일흔 살에 가까우면 시골로 옮겨 조용히 텃밭을 일구면서 자연으로 회귀하는 삶이 인생 삼모작"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연세대에서 2007년 정년 퇴임한 후 강원도 고성에서 텃밭과 과수를 재배하고 있다. 50대 학자 시절 장관직을 두 차례 역임하며 그가 습득했던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는 경험을 쌓았다.

책상머리를 떠나 흙을 만진 지 벌써 만 15년이 됐다. 그사이 공저를 포함해 다섯 권의 책이 나왔다.

농촌 살림살이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300평 정도 된다. 30평이 채소 밭이고 나머지는 과수"라며 "블루베리, 보리수, 오디, 체리, 아로니아 등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한다"고 말했다. 농약이나 살충제를 하나도 쓰지 않아 절반 이상을 새와 바람, 벌레에 내어준다.

"여름엔 엄청난 노동을 해요. 농사만 지었는데도 몸무게가 84㎏에서 71㎏으로 줄었어요. 덕분에 고혈압 약도 끊었지요."

건강도 좋아졌지만 가장 큰 기쁨은 따로 있다.

"제가 삶의 주인이 되는 거죠. 서울에 살면 원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하잖아요. 남의 신세를 지면서 세상을 살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청을 하면 모른 척할 수 없어요. 이런 데 오니까 그런 것에서 자유를 얻었네요. 허허."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화상으로 힘차게 들려왔다. 연고도 없는 고성을 택한 것은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골 어디를 갈까 궁리했는데 서울에서 차로 4시간 이상 떨어진 곳으로 가려고 했어요. 서울에 대한 유혹을 완전히 떨치기 위해 일부러 외지를 찾아간 거죠. 제주 서귀포도 생각했는데 너무 멀고 비행기 요금이 비싸더군요. 그래서 고성에 왔는데 지금은 교통이 좋아져서 2시간20분이면 옵디다."

산골 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귀촌을 권하면 아직은 따라오는 이들이 거의 없다.

"제자나 친구들은 오고 싶다고 하는데, 부인들이 안 가겠다고 한대요. 가까운 선배 중에도 자기가 먼저 시골로 가서 농사짓고 글 쓰면 부인이 따라오겠거니 했는데, 결국 3년 만에 다시 도시로 갔어요."

이를 예감했던 것일까. 그는 강단에 있으면서도 서울을 떠난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귀촌하기 10년 전부터 아내에게 세뇌를 시켰답니다.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 농사에 대한 낭만이 있었죠."

이 낭만은 2019년 강원도 산불에 조각나기도 했다. 아끼던 소나무 숲도, 집도, 책도 까맣게 다 타버렸다.

"불길 속에 잔해만 남은 집터와 초토화된 주위 환경을 보며 망연자실했지요.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러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불탄 자리에 새 집을 지었어요. 화재 보험도 들어놨지요. 새 집과 함께 내 삶도 새로 짓기로 마음을 정했어요."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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