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백신 지원' 사실 아니라던 靑.. 12일 만에 말 바꿨다

김명일 기자 2021. 9.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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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자리를 함께 했다./뉴시스

지난 10일 한 언론이 <정부, 베트남에 백신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출입 기자들에게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12일 뒤, “베트남에 백신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분명한 사실 보도를 ‘오보‘로 둔갑시켰던 것이다. 공적(公的) 신뢰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언론사는 10일 <정부, 베트남에 백신 지원한다>고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우리 정부가 지난달 베트남 정부로부터 백신지원을 공식 요청 받았으며, 백신 지원으로 무게를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백신 지원 시점은 국내 2차 접종률이 70~80%를 넘은 시점’ ‘베트남 지원 물량은 200만~300만 도즈’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 당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2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주석과 양자회담을 갖고 100만회분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박경미 대변인 명의 서면브리핑 자료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방역물자를 나누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 왔으며, 한국은 100만 회분 이상의 코로나 백신을 10월 중에 베트남에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백신 수급에 다소 여유가 생긴 만큼 베트남과의 우호관계 및 지속적 지원요청 등을 고려해 지원을 결정했다’는 설명이었다.

23일 기준 국내 접종 완료율은 42.3%로 아직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주요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이런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방역 당국이 청와대를 거들고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강도태 1총괄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공여 백신은 국내 접종에 충분히 활용하고, 여유가 있는 물량을 활용할 예정”이라며 추후 접종계획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백신이 지원되는 10월은 정부가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해온 시점이다. ‘200만~300만회분’이 ‘100만회 이상’으로 바뀌었을 뿐, 나머지 내용은 언론 보도 그대로였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 백브리핑도 결국 국민을 상대하는 것인데, NCND(시인도 부인도 아니함)도 아니고 ‘사실이 아니다’는 표현을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쓸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당시 베트남에 백신을 지원하는 사안은 기밀에 속했다”라며 “당시 보도를 부인한 청와대 관계자도 백신 지원 검토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고의로 거짓 브리핑은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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