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생부터 절대 안 입어" 스키니진 찢은 Z세대, 레깅스는 'OK'
#때는 2009년. 서울 강남과 명동 거리의 20대 여성들에겐 알록달록 스키니진 열풍이 한창이었다. 일명 '소시'로 불리던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가 총천연색 컬러 스키니진을 입고 신곡 'Gee'로 가요계를 휩쓴 동시에 패션업계도 평정했다. 2006년 영국의 모델 케이트 모스가 입고 나오면서 대중화된 '신세대 패션', 스키니진은 화려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주고 몸매를 부각해 다리까지 가늘어보이게 해 20대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스키니(Skinny, 비쩍 마른)라는 그 이름처럼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허벅지에서 발목에 이를수록 통이 좁아지는 모양의 스키니진은 날씬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체에 딱 달라붙어 체형을 예쁘게 드러내 인기를 끌었지만 혈액순환 장애로 하지정맥류를 유발하거나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여성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21년 "스키니진 반대(No Skinny Jeans)"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일명 '젠지(Generation Z)'로 불리는 글로벌 Z세대다. 틱톡에는 #No Skinny Jeans 해시태그를 한 동영상만 262만개에 달하고 있다. Z세대는 스키니진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스키니진을 불태우고, 가위로 찢고, 오리는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를 시작했다.
Z세대의 스키니진 거부 운동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자기몸긍정주의(보디 포지티브)' 운동의 연장선상이다. 정형화된 미와 마른 몸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몸을 인정하는 패션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스키니진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베르사체는 처음으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런웨이에 올렸으며 미국에서는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에서는 Z세대가 몸을 옥죄는 밀레니얼세대의 스키니진을 거부한다고 투쟁하면서 'Non-스키니진' 패션을 선보이는 동영상을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스키니진이 엄마세대나 입던 바지로 전락하면서 몸에 달라붙지 않는 활동성이 좋고 편한 헐렁한 배기핏의 청바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여성복 브랜드는 이런 트렌드의 흐름에 맞춰 배기핏이나 와이드핏, 아랫단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부츠컷 등의 스타일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컷은 올 가을 총 19종의 다양한 스타일의 데님을 대거 선보였는데 그 중 헐렁한 배기핏과 부츠컷 스타일이 13가지에 이르렀다. 이 중 와이드 데님진과 롱부츠컷 데님진은 준비된 수량이 대부분 완판돼 이미 리오더(재주문)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30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텐먼스도 올해 와이드 팬츠 스타일을 전년 대비 60%가량 늘려 선보였는데 8~9월 매출 신장률이 165%에 달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의 청바지 카테고리에서도 판매 상위 10위권 내에는 모두 배기, 부츠컷, 와이드 청바지가 이름을 올렸다. 스키니진은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Z세대는 딱 붙고 통풍이 안되고 불편한 스키니진은 거부하지만 '레깅스'는 일상복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다. 레깅스는 스키니진과 마찬가지로 하반신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운동복, 일상복으로 모두 활용가능하고 착용감이 훨씬 편안하다는 점에서 Z세대 자유분방함의 상징이 되고 있다.
토종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 관계자는 "스키니진은 밀레니얼 세대가 즐겨 입던 아이템으로 Z세대는 이를 '옛날 디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스키니진은 질긴 청바지 재질에 좁은 통으로 제작되는 데다 지퍼나 후크가 달려 하루 종일 착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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