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간 허용해놓고 이제와 담합이라고?"..위기의 해운업계

세종=최우영 기자, 유선일 기자 2021. 9. 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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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오후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서 열린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 선포 및 1만6000TEU급 한울호 출항식에서 컨테이너가 한울호에 선적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에서 수출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이끌어온 해운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 앞에 섰다. 지난 43년 동안 법으로 허용돼온 해운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운임료 담합으로 규정하고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예고하면서다.

공정위는 사전 신고 없는 공동행위는 담합에 불과할 뿐이라며 글로벌 관행을 인정해달라는 해운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해운업 공동행위를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만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운업계 "운임 공동행위는 글로벌 관행…10년 전 공정위도 인정"
23일 관련 부처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국내외 선사 23곳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동남아노선의 운임을 사전 협의해 정한 것에 대해 80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해운업체의 공동행위는 국제적으로 오랫동안 허용돼 왔다는 게 해운업계의 입장이다. 우리나라 해운법의 공동행위 규정은 1974년 UNCTAD(UN 무역개발협의회)의 정기선협약에 근거한다. UNCTAD가 해운산업에서만 유일하게 공동행위를 인정한 것은 △화주가 갑, 선사가 을이라는 특수성 △글로벌 거대 선사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 국적선사들의 공동행위가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1978년 해상운송사업법(현 해운법) 개정을 통해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해왔다. 지속적인 규제 정비 과정에서도 해운 공동행위는 그 특수성을 인정받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역시 2011년 8월 국민신문고 주요상담사례를 통해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 자체가 제외된다고 답변한 바 있다"고 했다.
뒤늦게 생긴 공정거래법 '한 업계 두 법령'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스1
공정위가 해운업계 제재의 근거로 들고 나온 것은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제58조는 이 법을 제정하기 전 개별법에서 허용된 정당한 공동행위는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동행위를 허용한 해상운송법 개정안은 공정거래법보다 2년 앞선 1978년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는 공정위가 법령을 무리하게 적용해 공동행위를 가로막으려 한다고 성토한다.

반면 공정위는 선사 간 공동행위가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운법은 선사끼리 운임을 공동으로 정하려면 사전에 정부(해양수산부 장관)에 신고를 해 감독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에 정부에 신고되지 않은 담합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한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선사 간 공동행위를 무조건 허용하는 곳은 없으며 EU(유럽연합), 홍콩, 말레이시아 등은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모든 해운국들은 운임, 선박배치, 화물적재 등에 대해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고 우리 해운법도 그러한 이유로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해운업황을 상시 파악하는 해양수산부가 공동행위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보다 전문성이 있을뿐더러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위성곤 의원 "해운 공동행위 규제, 공정위는 손 떼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22일 대표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은 이 같은 정기선사간 운임 등 공동행위에 대한 규율을 해수부가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두 부처가 해운업계를 모두 규제하는 데 따른 해운업계의 혼란을 없애도록 해운업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높은 해수부에서 공동행위를 관할하라는 것이다.

개정안은 해운법 제29조에 따라 허용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말도록 명확히 하고, 대신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최대 1억→10억원으로 높여 법의 실효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상정된 개정안은 이르면 이달말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류시장이 불 붙은 시점에 공동행위가 깨진다면 자금력이 풍부하고 더 많은 선박을 보유한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저가 공세를 펼쳐 우리 국적선사가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국익 차원의 접근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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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최우영 기자 young@mt.co.kr,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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