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은 시대착오적 돌고래쇼 중단하고, 불법포획 비봉이 돌려보내라"
[경향신문]
“퍼시픽랜드 소유 호반건설은 시대착오적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3일 오후 서울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의 돌고래쇼장인 퍼시픽랜드의 폐쇄와 돌고래들의 야생 방류를 촉구했다. 퍼시픽랜드는 2013년 불법포획된 돌고래에 대한 몰수형이 확정되면서 보유하고 있던 삼팔, 춘삼, 태산, 복순 등의 남방큰돌고래를 몰수당한 시설이다.
그러나 퍼시픽랜드에는 다른 돌고래들이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갈 때 너무 오래 전에 잡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돌고래 비봉이가 남아있다. 비봉이는 현재도 돌고래쇼에 동원되고 있다. 퍼시픽랜드는 국내에 몇 남지 않은 돌고래쇼를 실시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검찰은 2012년 퍼시픽랜드 측을 기소할 당시 2009년 이후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들은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비봉이는 2005년에 포획된 개체였던 탓에 재판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핫핑크돌핀스는 “기소 당시 불법포획된 모든 남방큰돌고래들을 재판에 넘겼더라면 비봉이는 바다로 돌아가 잘 지내고 있었을 것”이라며 “비봉이와 같이 퍼시픽랜드에 억류되었다가 2013년 방류된 삼팔과 춘삼 그리고 2015년에 방류된 태산과 복순은 모두 지금까지 건강하게 제주 연안에서 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봉이는 2005년 4월 제주 한림읍 비양도에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바다로 가지 못하고 퍼시픽랜드 수조에 남아있는 비봉이는 조련사의 지시에 불응하며 돌고래쇼를 거부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비봉이는 지금도 이곳에서 돌고래쇼와 번식에 이용되고 있으나 비좁은 수조에서 돌고래들은 제대로 살지 못하고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다”며 “1986년 개장한 퍼시픽랜드에서 죽은 돌고래는 지금까지 30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퍼시픽랜드에서 사육 중인 돌고래는 모두 4마리다. 비봉이(불법포획된 제주 남방큰돌고래), 아랑이(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되어 수입된 큰돌고래), 바다(2015년 아랑이와 비봉이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 새끼 돌고래), 태지(일본 다이지에서 서울대공원으로 반입되었다가 서울대공원이 퍼시픽랜드에 기증한 큰돌고래) 등이다. 이 가운데 비봉이는 야생적응훈련을 위한 가두리에서 바다에 적응시간을 갖도록 한 뒤 자연방류하면 원래의 야생 무리와 어울려 제주 연안에서 잘 살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핫핑크돌핀스는 “일본에서 수입한 아랑이와 바다, 태지는 바다쉼터를 만들어 보내거나 충분한 야생적응훈련을 거친 뒤 큰돌고래들의 회유 경로 일대에 방류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핫핑크돌핀스는 “특히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전을 위해서도 비봉이는 하루 속히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며 “전체 남방큰돌고래 개체수 약 130마리 중에서 비봉이가 바다로 방류돼 한 마리라도 추가된다면 종 전체의 보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불법포획된 보호종 돌고래가 여전히 사설 수족관에서 동물쇼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비윤리적이며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며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 준위협종으로서 국제 보호종이며, 해양수산부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놓은 해양포유류지만 퍼시픽랜드라는 동물학대시설이 사설 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봉이의 나이는 약 27살로 추정되며 야생 돌고래 수명이 약 40살인 것을 감안하면 돌고래쇼에서 은퇴해야 할 나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억울하게 붙잡힌 채 동료 돌고래들의 귀향을 지켜봐야만 했던 비운의 돌고래 비봉이가 ‘죽음의 감옥’에서 벗어나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호반건설과 퍼시픽랜드는 돌고래쇼장을 폐쇄하고 돌고래들을 바다로 방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반건설은 2017년 1월 제주 퍼시픽랜드를 800억원에 인수하고, 퍼시픽리솜으로 개명한 뒤 돌고래쇼와 원숭이, 바다사자, 앵무새 등을 이용한 동물쇼를 이어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동물을 학대해 돈을 버는 기업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경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호반그룹은 돌고래쇼 사업을 완전히 접고 퍼시픽랜드를 폐쇄한 뒤 방류 비용을 전액 부담해 돌고래들을 바다로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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