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더 오르는 세금..'과표구간 물가연동'이 해결책?

권혁준 기자 2021. 9. 23.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근소세 과표구간 13년째 그대로.."물가상승분 과표 반영해야"
"정기 검토도입이 우선" 의견도.."물가·세부담 100% 일치 안해"
© News1 DB

(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13년째 제자리인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주기적으로 과표구간을 개편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가 변동을 기계적으로 반영하기 보다는 정기적으로 과표구간을 검토해 개편 여부를 결정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 부담을 결정짓는 요인이 물가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근소세는 기본 인적공제만 가정할 경우 2008년 월 평균 19만9740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2만2540원으로 연평균 6.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월 급여 상승률이 연평균 2.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 증가율이 임금상승률의 두 배를 넘은 셈이다.

이는 2008년 이후 13년째 그대로인 근소세 과표구간과 연관있다. 근소세 과표 구간은 1200만원(세율 6%), 4600만원(15%), 8800만원(24%)으로 굳어져 있다. 2012년에 3억원 초과, 2014년에 1억5000만원 초과, 2018년에 5억원 초과, 2021년에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했지만 근로소득자 대부분이 포함되는 8800만원 이하 과표 구간은 그대로다.

명목소득이 늘어났지만 납세자 소득이 더 높은 과표구간으로 밀려 올라가면서 세 부담은 더 커진 것이다. 명목소득의 증가도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제 더 번 돈은 많지 않은데 세율만 높아지면서 사실상의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근소세 세수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8년 14조2000억원이었지만 올해 43조5000억원으로 3배 가량으로 많아졌고, 내년에는 47조7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총 국세 중 근소세의 비율도 2008년 8.5%에서 최근 14%까지 높아졌다.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강화된 것이 크게 작용했지만, 같은 기간 중산층·저소득층의 세부담도 분명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과표구간을 개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3년째 과표체계가 그대로이기 때문에 실질 세부담의 유지라는 기본전제가 위배되고 있다"면서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간격으로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과표구간을 우상향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과표가 조정되는 과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물가 연동제에 따라 매년 과표구간이 변경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물가연동을 적용하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정부가 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정한다. 그러나 이는 정교한 방식이 아닌데다, 선거 등의 정치이벤트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 DB

김 교수는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과표구간을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세율이 정치이벤트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합의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물가연동제가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물가 연동과 세 부담 능력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규격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더라도 실제 명목소득이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면서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해버린다면 취지와는 다르게 실제 세부담 능력이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의 기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과표구간 설정 등을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홍 교수는 "정권 교체기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3~5년을 주기로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세부담 능력을 검토하고 과표 구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소세 뿐 아니라 13년째 그대로인 법인세, 22년째 그대로인 상속증여세도 같은 차원으로 입법 과정에 반영돼야한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