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2대 주주' 화인부동산, 보유 지분 전량 매각 검토
헝다그룹 2대 주주인 화인부동산이 보유하고 있는 헝다그룹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 등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인부동산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헝다그룹의 주식 1억890만주를 총 2억4650만홍콩달러(약 303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 지분 7억5110만주도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홍콩 거래소에 신고했다.
이날 기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헝다그룹의 잔여 지분은 5.66% 수준인데, 이를 전부 시장에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사항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결정됐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헝다그룹의 모든 지분을 청산할 경우, 화인부동산은 약 95억홍콩달러(약 1조4446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헝다그룹의 회생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찬 호이완도 앞서 헝다그룹의 주식을 대량 매각한 바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은 차입금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에 매진해 왔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등 신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데다 당국이 부동산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헝다그룹은 이날까지 2025년 9월이 만기인 40억위안(약 7322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이자를 갚아야 한다.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 수준이다. 헝다그룹은 이날 해당 이자에 대해 일부 변제를 약속했지만, 마찬가지로 만기가 도래하는 8350만달러(약 993억원) 규모의 2022년 3월 만기 5년물 채권 이자 상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헝다그룹의 위기에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양한 글로벌 기관 투자자 및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몰린 헝다그룹의 파산이 자칫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현재 1조9700억위안(약 35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가의 저명한 공매도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키니코스의 짐 채노스 창립자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헝다그룹의 디폴트가 세계적 파급은 일으키지 않겠지만, 중국 내에서는 경제 모델 이면의 부채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먼 사태보다 더 큰 위험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에는 헝다그룹 같은 기업이 많다”며 헝다그룹의 문제는 주거용 부동산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모델에 적색등이 켜졌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은 중국 GDP의 29%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출연한 글로벌 금융그룹 ING의 롭 카넬 아시아 태평양 지역 리서치 책임자는 “헝다그룹은 레버리지 포지션이 큰 헤지펀드나 금융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는 은행이 아닌 부동산 개발회사라는 점에서 리먼 브라더스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MC)와는 다르다”며 “헝다그룹에 현금 흐름 문제가 있지만 시스템적 위험에 대한 언급은 다소 과장됐다. 현금이 유입되면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매각하여 부채 상환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맥쿼리의 래리 후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헝다그룹의 자산이 주로 토지와 주택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지방 정부가 토지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과거처럼 땅을 사들일 수 있다. 중국의 은행 시스템은 연간 1조9000억위안(약 347조2820억원)의 이익과 5조4000억위안(약 987조120억원)의 충당금을 갖고 있어 헝다그룹의 손실을 쉽게 만회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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