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앙숙 사우디, 유엔총회서 "이란은 우리 이웃"..왜?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9. 23. 15:29 수정 2021. 9. 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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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중동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서로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양국은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협상 재개를 앞두고 대화에 나서면서 중동 평화 문제가 새 전환점을 맞았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원격 연설에서 “이란은 사우디의 이웃이며 두 나라의 직접적인 대화가 신뢰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면서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살만 국왕은 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으로 “이란의 주권 존중과 종파(시아파) 민병대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우디는 중동 지역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날 양국 외무장관들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터키, 카타르, 이집트, 쿠웨이트, 요르단, 프랑스 외무장관과 함께 뉴욕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정부의 우선순위는 이웃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메흐르통신이 전했다.

중동에서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와 이란은 2016년 외교를 단절했다. 이슬람 왕정 국가인 사우디는 이슬람 공화정 국가인 이란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긴다. 양국은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서도 각자 다른 세력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이란은 2019년 사우디 국영 아람코 정유공장에 대한 기습 공격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양국은 지난 4월부터 이라크에서 여러 차례 만나 수교 협상을 해왔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이란과 좋은 관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협상이 성사된 이유는 이란이 사우디뿐 아니라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란은 자국민에게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고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미국 제재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탈중동 정책도 양국의 대화가 성사된 요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본 사우디로선 미국에만 안보를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란과 수교까지는 나가지 못하더라도 긴장을 다소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대화는 미국과 이란의 JCPOA 협상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미국은 기존 JCPOA 조항에 이란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 테러단체 지원 중단 등 중동 역내 안보 의제를 추가하고 싶어 한다. 사우디가 언급하는 예멘과 시리아 내전 개입 문제, 레바논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 지원 문제 등은 이란의 JCPOA 재협상 진행을 가로막는 쟁점들이기도 하다. 특히 최대 협상 관건은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테헤란타임스가 전했다.

문제는 미국이 중동의 역내 문제를 JCPOA 협상에 끼워 넣으려 할수록 합의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포린폴리시는 “바이든 정부가 중동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분쟁을 피하기로 정했다면, 이란 핵 협상과 중동 지역 안보 협상을 분리하고 지역적 갈등에 대한 해결을 별도로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대해 “전쟁을 위한 메커니즘”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에 부과한 모든 제재는 부당하다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이란 매체들은 이날 앞으로 수주 내 JCPOA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JCPOA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이 JCPOA 협상이 실패할 때를 대비한 ‘플랜 B’를 의논했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악시오스에 “협상이 곧 재개되지 않으면 미국은 이란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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