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기 처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오자서의 위기 탈출법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와 오나라 역사를 바꾼 오자서(오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영감을 주는 인물입니다. 초나라 평왕의 핍박에서 벗어나 송나라와 정나라를 거쳐 오나라로 달아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이자 위기 탈출에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먼저 상황을 냉정하게 대면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초평왕이 오자서 아버지를 겁박해 그와 그의 형인 오상을 유인하는 편지를 보냈을 때 오자서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편지에는 우리를 후작으로 봉하겠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무슨 공이 있다고 그렇게 한다는 말이오? 분명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할 것이오." 결국 그는 그럼에도 부친에게 가겠다는 형과 작별하고 초나라에서 재빨리 도주합니다.
초평왕은 오자서를 잡기 위해 관문마다 병력을 배치하고 물 샐 틈 없는 감시에 들어갈 것을 명합니다. 다행히 오자서는 한발 앞서 초나라를 빠져나와 송나라 도성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간신 비무극의 모함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초나라 세자 건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당시 송나라 정치는 난장판이었습니다. 군주와 유력 가문들이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도움을 청할 여건이 아니었죠. 설상가상으로 송나라 권력 다툼에 초나라가 개입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불길한 징후를 감지한 오자서는 세자 건 가족과 함께 정나라로 달아났습니다.
정나라 군주는 세자 건과 오자서를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자 건이 권력욕에 취해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진(晉)나라 힘을 빌려 정나라를 차지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정확했던 오자서는 세자를 말립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충정과 신의로 대하는데 어찌하여 그 사람을 해칠 모의를 하십니까? 이는 신용과 대의를 잃는 일로 곧바로 참화가 닥칠 것입니다." 그의 예상대로 사달이 났습니다. 진나라와 세자 건의 음모는 사전에 정나라 군주 귀에 들어갔습니다. 배신감에 분노한 정나라 군주는 세자 건를 처형했습니다. 이에 오자서는 세자 건의 아들 공자 승을 데리고 재빨리 정나라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는 오나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초나라 영향권이 미치지 않는 곳은 오나라뿐이었습니다. 뜻을 이루려면 초나라와 사이가 좋지 않은 오나라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했는데 초나라 병사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자서는 낮에는 숨고 밤에만 이동하며 접경 지역인 역양산에 도착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오자서의 두 번째 위기 탈출 비결이 나옵니다. 결정적인 도움을 줄 조력자들을 만난 것이죠.
역경에 처하면 반드시 도움을 주는 이들이 나타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그가 누구인지 분별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자서는 역양산 숲에서 동고공이라는 노인을 만납니다. 그는 오자서가 어려움에 빠진 것을 알고 은신처를 제공합니다. 동고공은 오자서가 초나라 영웅임에도 평왕이 부당하게 그를 없애려 한다고 여겼습니다. 노인의 진심을 알고 오자서는 기꺼이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자서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동고공 노인은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오면 관문을 통과할 묘수가 생길 것이라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오자서는 결국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잡힐까 걱정돼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드디어 친구가 왔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새벽 일찍 오자서를 찾았습니다. 오자서 얼굴을 본 노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당신의 수염과 귀밑머리가 어찌하여 갑자기 백발로 변했소? 근심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니오?" 공포와 불안이 심하면 하룻밤에도 백발이 된다는 고사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동고공 노인의 친구는 황보눌이라는 사람으로 오자서와 덩치와 얼굴이 비슷했습니다. 오자서는 그제 서야 노인의 계획을 알았습니다. 가짜 오자서를 만들어 관문을 통과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황보눌은 오자서로, 오자서와 공자 승은 하인으로 변장했습니다. 이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관문을 지키던 장수와 병사들이 황보눌을 오자서로 알고 체포하는 소동을 틈타 오자서와 공자 승은 무사히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오자서를 도운 이는 한 명 더 있었습니다. 오나라에 가려면 강을 건너야 했는데 어부 노인이 나타났던 겁니다. 이 노인은 신비로운 인물입니다. 오자서를 도운 뒤에 강물에 몸을 던졌습니다. 초나라 관원에게 잡히면 자신의 행방을 발설할까 두렵다며 오자서가 의심하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겁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이 정도까지 도와줄 은인이 있어야 합니다. 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힘든 일이죠. 김범수 의장도 객관적이고 냉철한 상황 파악과 더불어 숨은 조력자들을 찾아야 길이 보일 것입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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