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만 말고 자정을"..언론계 '통합 자율규제기구' 띄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언론단체들이 대안으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해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단체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신뢰 회복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실천방안의 하나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현업-사용자단체를 대표하는 7개 단체가 23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김동훈 기자협회장(맨 오른쪽)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언론계 대표적인 현업단체와 사용자단체인 이들 7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언론중재법 개정 반대 목소리만 낼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언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강력하고 실효적인 자율 규제 체제를 만들어 자기 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언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는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 등을 포괄하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학계·언론계·전문가 등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로 연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기구에선 인터넷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 등을 통해 심의·평가해 그 결과를 언론사에 알려 잘못을 바로잡고, 허위 정보를 담고 있거나 언론윤리를 위반한 인터넷 기사에 대해선 열람차단을 청구하거나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인터넷 기사와 광고로 피해를 본 사람이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에 가지 않고도 신속하게 피해 구제를 받을 방안을 찾아 시행할 방침이다.
“실효성 없으면 맹탕…설득력 있는 대안 내겠다”
관건은 실효성이다. 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와 같이 오래전 언론단체들이 만든 자율규제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 기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강홍준 신문협회 사무총장은 “기존 기구에서 원하는 만큼의 실효성 있는 제재를 못 하고 있다는 자기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7단체 내부에선 문제 있는 기사나 언론사에 ‘빨간 딱지’를 붙이거나 심하면 퇴출하고, 정부광고를 지원하는 바우처와 연계하는 방법 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참여단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7단체 내부에서도 미묘하게 의견차가 있어 구체적인 사항은 조만간 구성될 연구팀에서 검토하도록 할 예정이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실효성이 없으면 맹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도로는 국민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언론이 바뀌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뜻을 모아서 이렇게 기자회견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율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시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가 약속하고 정한 룰이다. 유선방송 사업자와 포털이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우리가 정한 룰 속에서 실효성을 얻으려면 (플랫폼 등) 사업자단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도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규제 등 여러 가지 흐름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플랫폼 사업자) 스스로도 이 방식이 아니면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단체 폭 넓혀, 권위 있는 독립기관 만들 터”
7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 단계이며, 앞으로 참여단체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홍준 사무총장은 “일단 다음 주 월요일(27일)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위원회가 열리는데, 신문협회·방송협회 등 거기 포함된 단체들이 그날 공식적으로 (통합기구) 얘기를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7단체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통합형 기구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허위조작정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소하고 언론 신뢰를 높이는 첫 발자국”으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사용자 단체(신문협회, 편집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가 동의하고 결합해주면서 이 논의가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었다”고 전하며 “통합 자율기구가 유료방송, 포털 등을 포괄해 그야말로 권위와 독립성을 확보한 민간자율기구로써 언론 실책과 잘못을 바로잡고 궁극적으로 언론 신뢰를 높이는 권위 있는 기관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대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통합 자율규제기구 논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선 “결코 언론 신뢰 회복과 좋은 저널리즘을 만들 대안이 아니”라며 거듭 반대를 표했다. 7단체는 성명에서 “여야가 8인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한을 정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현행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8인 협의체의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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