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사이버보안 맞붙는 삼성·LG.. 23조 커넥티드카 시장 잡아라

박진우 기자 2021. 9.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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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이스라엘 車 보안 업체 '사이벨럼' 인수
"사이버보안 중요.. 전장 보안체계 강화 기대"
삼성도 하만 통해 車 보안 분야 진출
유럽 "車 보안 규제 못 맞추면 판매 못 해"

LG전자는 23일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스라엘 기업 사이벨럼의 지분 63.%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5년 2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전장 보안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LG전자는 올해 연말까지 사이벨럼의 일부 주식을 추가 취득할 예정으로, 정확한 최종 지분율과 투자금액은 매매절차가 마무리되는 연말쯤 확정된다. 현재 사이벨럼의 기업가치는 약 1억4000만달러(약 1660억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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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사이벨럼과 2000만달러(약 237억원)의 신주투자계약(SAFE)도 맺었다. 해당 투자금은 내년 말에서 2023년 상반기 사이 주식으로 전환돼, LG전자의 사이벨럼 지분율은 추가로 늘어난다.

사이벨럼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수는 50여명이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재규어랜드로버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미국 전기차 업체 카누 등과 협업하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사이벨럼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멀티플랫폼 분석도구’를 개발해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자동차 사이버보안 관련 취약점을 점검하는 독보적 솔루션 역량을 갖고 있다.

LG전자는 사이벨럼 인수로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사업경쟁력을 조기에 갖추고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 전장사업의 보안체계를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 부사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라며 “이번 사이벨럼 인수는 미래 커넥티드카 시대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LG전자의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 미래 경쟁력으로 떠오른 ‘車 사이버보안’

사이버보안은 미래차 기술경쟁력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자동차 안의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지켜내는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또 기존 기계들이 담당했던 자동차의 많은 부분이 전자화되면서 외부 해킹에 의해 자동차 통제권을 빼앗길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성틸기업 맥킨지는 지난해 ‘자동차 산업에서의 보안’이라는 보고서에서 “미래에는 사이버보안이 자동차 품질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권선연 코트라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은 “지난 몇 년간 커넥티드카 발전과 함께 자동차에 적용되는 여러 소프트웨어가 기술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자동차에 적용되는 사이버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 화이트해커 찰리 밀러와 크리스 볼로섹은 지난 2015년 피아트크라이슬러(FCA·현 스텔란티스)가 제조한 지프 체로키의 커넥티트 시스템 ‘유커넥트’를 해킹해 원격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에 미국 도로교통운송국(NHTSA)은 사이버보안 문제가 드러난 지프 체로키 140만대의 리콜(무상수리)을 결정했다. 2016년 중국 킨 시큐리티 랩 연구원들은 테슬라 전기 세단 모델S를 해킹해 제동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을 시연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부산모터쇼에서 한 보안 업체가 3분만에 자동차를 오작동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함께 만든 커넥티드카 시스템. /하만 제공

삼성전자도 지난 2017년 하만 인수를 통해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만의 커넥티드카 경쟁력과 자동차 사이버 보안 분야에 주목한 것이다. 삼성 인수에 앞서 하만은 사이버보안 업체인 타워섹을 7000만달러(약 828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타워섹이 만든 ‘에큐실드’는 여러 보안 시스템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당시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신기술을 탑재한 미래차 시장이 커질수록 이와 관련한 보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커넥티드카 관련 시너지는 인수 당시 2025년 1000억달러(약 1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만은 LG전자가 인수한 사이벨럼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하만이 선보이고 있는 OTA(오버 디 에어·무선) 업데이트 기술에는 사이벨럼의 시스템이 얹혀 있다. 또 하만에서 자동차 사이버보안 부문 부사장을 맡았던 유발 웨이글라스는 현재 사이벨럼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LG전자는 경영권 인수 뒤에도 기존 사이벨럼 경영진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사업 운영으로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관계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나, 업계는 최근 전장 각 분야에서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역학 관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 車 사이버보안 2025년 7조 성장… 커넥티드카는 23조

업체마다 전망은 다소 갈리지만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은 4년 뒤인 2025년 3조~7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모도르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용 사이버보안 시장은 연평균 52.1% 성장해 2025년이면 24억6000만달러(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자동차 보안 시장 규모는 55억6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가 될 전망이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21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까지 해당 시장은 200억달러(약 23조65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커넥티드 기능을 갖춘 신차 판매량이 올해 50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프로스트앤설리번은 “차량내 첨단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제조사와 공급사, 기술사들은 하드웨어 모델보다 수익 창출 잠재력이 더 높은 (사이버보안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 비즈니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 제공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사이버보안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원국의 자동차는 유럽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내년 7월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에 자동차형식승인(VTA)을 받은 차들도 2024년 7월까지 추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가 참여하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차 협력사인 LG전자, 만도 등과 사이버보안 진단 평가를 진행 중이다. 기아의 경우 자동차 사이버보안 평가와 보안품질 프로세스를 운영할 신입·경력 인재를 채용하며, 앞서 현대차도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와 아키텍처(구조)를 개발한 보안 관련 경력 인재를 지난 8월까지 채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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