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한반도 '종전선언' 꺼냈지만.. 셈법 다른 남북미중

박재우 기자 입력 2021. 9. 23. 13:27 수정 2021. 9. 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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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베이징 올림픽 계기 기대..北 비핵화 무관 고수
美 종전선언-비핵화 연계..中 최악 미중관계 지렛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1.9.22/뉴스1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한국전쟁 당사국인 남북미중의 셈법이 달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연설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연설은 임기 마지막 유엔 총회 연설로 사실상 국제무대에서 마지막 승부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23일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평화프로세스 진전시켜가는 신뢰구축 조치로, 출발점으로 정치적 상징적 실용적 큰 의미 있다고 본다"며 "종전선언이 굉장히 유효한 모멘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미측이 중시하는 한미일 공조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미측에 밀착하고 한편으로는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초청하면서 중국과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미국은 일단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열려있다며 화답했다. 존 커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북한과의 관여를 모색하고 있고,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발언이 실질적인 '종전선언' 추진이 아니라 북한을 대화에 끌어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속해서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과 조율한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북한에 대화를 촉구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환송을 받고 있다.(CCTV 캡쳐) 2019.6.21/뉴스1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미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우리 정부와의 차이점이 느껴진다"라며 "문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 나가자면서 '종전선언'을 비핵화 입구에 두자는 내용인 반면에 미국 국방부 내용은 '종전선언'이 입구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 가능성을 띄우면서 남북미 정상간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2018년 후반부에 종전선언을 핵 신고·검증 등과 연계시키려는 미국과 단일 사안으로만 다루려는 북한과 갈등을 벌이다가, 이듬해 2월 하노이에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종전선언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후 북미관계도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운 미국과 선(先) 제재해제를 요구하는 북한간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종전선언 논의는커녕 대화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평화 올림픽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남북 정상 공동 초청을 추진하고 있어 원칙적인 찬성 의견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중관계가 최악인 상황인데다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문제를 미중갈등 지렛대로 삼아왔다는 점 때문에 중국도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측은 그동안 '북핵문제 해결은 미중 간 협력 사안'이라면서도 '쌍중단'과 '쌍궤병진'(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상의 병행 추진)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북한 입장을 두둔해 왔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애초에 종전선언이 자신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크게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미협상도 진전이 없고 중국이 꺼리는 한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이슈도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관건은 북한이 이에 나설지다. 최근 주요 외신들로부터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고 북한 당국은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급변한 태도를 보이며 '종전선언'에 나서기엔 쉽지 않아보인다. '종전선언'을 두고 각자의 이익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가급적 '종전선언'이 유엔사의 운명과 연계되길 바라고 있고 한미는 이에 무관하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여러가지 내용에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종전선언을 논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jaewo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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