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언론단체, 언론중재법 개정안 맞서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설립 제안

박준호 기자 2021. 9. 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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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무 강화 위해 열람차단 청구 등 실효성 있는 제재 추진할 것
자율규제의 자체적 실효성과 포털·유료방송 참여 여부 등이 정착 관건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단체 대표들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홍준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김수정 한국여기자협회장,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연합뉴스
[서울경제]

여당이 설정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시한을 앞두고 언론단체들이 대응책으로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를 위한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카드를 띄웠다. 이들 단체는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며 더불어민주당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의 정착은 자율규제가 태생적으로 부딪히는 실효성 문제의 극복을 비롯해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포털, 유료방송사업자 등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방송기자연합회?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언론에 대한 자율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추진한다”며 “기구의 설립?역할과 기능, 규제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학계·언론계·전문가 등으로 연구팀을 조속히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자율규제 기구의 발족 논의엔 언론계의 대표적 사업자단체와 현업종사자 단체들이 한데 모여 눈길을 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부딪힌 언론을 향한 불신의 수위가 심각하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행동이다. 이들은 “집권 여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 과정에서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한 “오보 등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에게 제때 충분하게 사과하고 신속하게 잘못을 바로잡는 데 소홀했고, 이런 잘못이 언론의 불신을 불러왔다는 데 동의했다”며 “언론이 스스로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지 못한 결과 언론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자초한 책임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 자율규제 강화를 위한 7개 언론단체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단체는 이 기구를 통해 허위 정보를 담고 있거나 언론윤리를 위반한 인터넷 기사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기사를 쓴 언론사에 인터넷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하며 필요할 경우 실효성 있는 제재도 취한다는 계획이다. 또 개별 언론사에 맡기던 팩트체크 등을 자율규제기구에서 맡아서 심의·평가해 이용자에게 제시하고, 그 결과를 언론사에 알려 잘못을 바로잡고 저널리즘의 품질도 높이도록 돕기로 했다. 인터넷 기사와 광고로 인한 피해자가 법정 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에 가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한다. 이들 단체는 자율규제기구의 자세한 사항은 향후 출범할 연구팀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현재 논의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철회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회견문에서 이들은 “개정안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가짜뉴스’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 나타나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정부가 이를 정의하고 징벌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나라는 전 세계 민주국가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이다.

언론단체들은 오는 27일 언론중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통합 자율규제기구의 논의는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중재법 처리 여부와 무관하게 언론 스스로 신뢰를 높이고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국민에게 드린 약속”이라며 “언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틀이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라고 말했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자율규제 강화를 위한 언론단체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강홍준(왼쪽부터)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김수정 한국여기자협회장,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가장 큰 과제는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방송협회와 포털, 유료방송사업자 등의 참여를 성사시키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들 단체 모두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방송이 가진 특수성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고 수준을 넘는 실효성의 확보도 과제다. 신문, 방송, 인터넷언론 모두 각각의 자율규제 시스템이 있지만 실효성에 한계가 있음을 꾸준히 지적 받았다. 강홍준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회견에서 “신문의 경우 신문윤리위가 있지만 인터넷 기사 상시 심의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존 규제기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지난 15~1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에서 벨라루스와 미얀마 정부의 언론인 억류를 비롯해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언론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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