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전력 분석 페이퍼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면?
[스포츠경향]
탬파베이와 토론토가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맞힌 토론토는 “실수였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고의라고 생각한다. 공에 맞은 탬파베이 키어마이어는 “디비전시리즈에서 꼭 토론토와 붙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토론토 좌완 라이언 보루키는 23일 탬파베이전 1-7로 뒤진 8회말 타석에 들어선 케빈 키어마이어의 등짝을 제대로 맞혔다. 93마일(약 150㎞)짜리 강속구였다. 키어마이어가 1루로 걸어나가면서 보루키와 말을 주고 받았고, 가벼운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몸싸움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지만 심판진은 보루키와 토론토 투수코치 피트 워커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틀 전 사건이 빌미가 됐다. 21일 경기 중 키어마이어가 홈으로 슬라이딩 하다 태그 아웃 되는 순간, 키어마이어의 앞에 종이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잠시 이를 바라 본 키어마이어는 그 종이를 쓱 집어 들고 아무일 없다는 듯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사실 그 종이는 토론토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가 손목에 차고 있던 ‘분석 페이퍼’였다. 탬파베이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분석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다. 이 장면이 중계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키어마이어는 이 종이를 더그아웃으로 갖고 들어가 구단 관계자에게 건넸다.
토론토는 이를 사실상 ‘사인 훔치기’로 판단했다. 우연히 주웠더라도 이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부정행위라는 판단이다.
탬파베이도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했다. 22일 경기를 앞두고 탬파베이 케빈 캐쉬 감독이 몬토요 감독을 찾아와 해당 사건에 대해 사과를 했다. 몬토요 감독은 “캐쉬 감독이 나와 피트 워커 코치, 로스 앳킨스 단장에게 사과했다. 이제 다리 밑으로 흘러간 물이나 다름없다”고 말해 해당 사건은 마무리된 듯 했다.
키어마이어도 22일 경기 때 인터뷰에서 ‘실수’를 인정했다. 키어마이어는 “외야수도 페이퍼를 쓴다. 내 뒷주머니에서 떨어진 종이로 착각해 얼른 주웠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얼른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키어마이어는 “누군가를 괴롭히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사건은 보복구 논쟁으로 이어졌다.
키어마이어를 맞힌 보루키는 경기 뒤 “바깥쪽 낮은 코스에 던지려고 했는데, 공이 빠졌을 뿐 일부러 맞힌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키어마이어는 “공이 너무 약했다”며 “토론토와 꼭 디비전시리즈에서 붙고 싶다”고 대응했다. 탬파베이는 이날 승리로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고, 토론토는 뉴욕 양키스에 0.5경기차로 뒤진 와일드카드 순위 3위로 밀렸다.
키어마이어의 행동의 정당성 여부는 논란 중이다. 탬파베이를 지지하는 쪽은 “흘린 포수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토론토 지지쪽은 “흘린게 100달러짜리 지폐였고, 이를 가져갔으면 당연히 절도”라고 주장한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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