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학,여행에 대한 거장의 사색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입력 2021. 9. 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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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그냥 우주가 아닙니다.···우리가 우주에 '도달'한다면, 그렇게(침략하고, 식민화하고, 착취하고) 행동할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가 우주를 '정복'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미래를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래에 도달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미국 오리건주의 한 과학과 산업 박물관으로부터 'SF와 미래'라는 패널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1929~2018)은 발표문에 이같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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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춤추다
어슐러 K.르 귄 지음, 황금가지 펴냄
[서울경제]

“미래는 그냥 우주가 아닙니다.···우리가 우주에 ‘도달’한다면, 그렇게(침략하고, 식민화하고, 착취하고) 행동할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가 우주를 ‘정복’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미래를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래에 도달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미국 오리건주의 한 과학과 산업 박물관으로부터 ‘SF와 미래’라는 패널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1929~2018)은 발표문에 이같이 적었다. 그는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여겨 돌아보지 않는 우리의 행태를 “과거란 우리가 아는 것이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바로 앞에 놓여 있다”고 여기는 안데스 산맥의 케추아 사람들과 비교해 이야기 한다. 이는 미래와 진보를 바라보는 인식과 통찰의 차이다.

신간 ‘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저자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전반에 걸쳐 발표했던 강연용 원고, 에세이 서평 등을 묶어 담고 있다. 이 책은 1989년 출간된 후 휴고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서평을 제외한 각 글은 여성·세계·문학·여행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인류학을 공부하고 아메리카 인디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부모 밑에서 자란 르 귄은 SF문학이 과대망상과 정복주의를 자극할 게 아니라 “케추아 사람들처럼 오랫동안 가만히 서서 제 앞에 놓인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편이 더 좋다”는 말로 미래를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일깨운다. 과거의 역사에 기반에 미래에 대한 판타지를 펼쳐놓은 거장의 여유롭고도 깊은 시선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1만8,000원.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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