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이어온 사제의 정..늘 등댓불처럼 저를 지켜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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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 간이 팔천 겁 인연이라면 사제 간은 일만 겁이라 했다.
단 1년밖에 배우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60년 인연을 이어온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인 듯하다.
고졸 20년 만에 대학을, 대졸 후 대학원 공부까지 이어간 것도 선생님이란 거울이 있어서였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정이 담긴 20년 전의 책과 복사본을 늦게나마 보여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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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전선택 선생님께
부모와 자식 간이 팔천 겁 인연이라면 사제 간은 일만 겁이라 했다. 몸은 부모로부터 받지만, 눈을 뜨게 한 것은 스승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한 가지 숙제가 있다. 내게 그림을 배운 지인들과 함께 100세의 이북 출신 전선택 선생님을 찾아뵙고, 예술적 열정과 스승의 내리사랑을 나누고 싶다.
중학생 시절 땅거미 짙어질 때까지 야외스케치를 해오면, 선생님은 다음 날 늘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다. 단 1년밖에 배우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60년 인연을 이어온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인 듯하다. 8년 연한이 돼 사립학교로 가신 후로도 가끔 찾아뵈면 늘 따뜻이 맞아주셨다.
5~6년 전, 선생님께서 나의 전시 팸플릿을 보시고 전화를 주셨다. 이력을 보니 좋은 일 많이 하더구나, 반갑다 하시며. 자주 연락드리지 못한 죄로 바로 찾아뵈러 갔다. 내가 퇴직한 후 상록봉사단에서 공무원연금 수령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교회 노인복지관에서 미술치료까지 하고 있을 때였다. 세월 따라 선생님의 허리는 구부정했고 사모님도 기력이 몹시 쇠하신 듯했다.
그 후 어느 해 스승의 날, 선생님께서 쪽지를 내밀며 그 아래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라 하셨다. 세상을 떴거나 연로한 교수·작가들이었다. 아마도 애제자들과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픈 심정인 듯했다. 이후 말동무나 돼 드리려고 좋은 일 궂은일 없이 안부를 드리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사무쳤던 20여 년 전 어느 봄날. 교원공제회에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펴낸다 했다. 선생님 은혜를 글로 썼고, 채택돼 인쇄물로 나왔지만 퇴직한 은사님께는 책자가 전해지지 않아 여태 말씀드리지 못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내가 고교 졸업 후 독학으로 준교사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은사님께서 직접 만년필로 또박또박 쓰신 서양 미술사 노트를 주시기에 받아쓰기하며 공부했다. 헌책을 여러 권 파고든 결과 전공이론시험에 붙어 최종 합격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고졸 20년 만에 대학을, 대졸 후 대학원 공부까지 이어간 것도 선생님이란 거울이 있어서였다. 선생님 삶의 큰 보람은 그림 그리는 일이라서 개인전을 40여 차례나 여셨다. 코로나19 직전 대구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하시더니 해가 바뀌니 또 개인전 소식을 주시기에 바로 달려갔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정이 담긴 20년 전의 책과 복사본을 늦게나마 보여드렸다. 마침 지역신문에 선생님 삶의 족적을 다룬 ‘100세 노 화백의 인생극장’ 기사가 났기에 스마트폰으로 읽어드렸다.
며칠 후, 한번 왔다 가라는 연락을 또 주셨다. ‘수천 제자를 가르쳤지만 네가 참 제자’라는 말씀과 함께 소품 한 점을 주셨다. 예전부터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소재로 그리시더니, 내게 주신 그림도 ‘소년과 연’이었다. 작품을 고이 안으며 자주 찾아뵙겠다는 인사만 맘속 깊이 드렸다. 뵐 때마다 부모님 뵙듯 기쁘고 한마디 칭찬과 덕담에 꿈결 속 만남처럼 가슴 저민다.
선생님은 몸이 많이 약해지셨지만, 여전히 맑은 청춘으로 그림에 매달리신다. 예술혼을 밝혀 오신 전선택 선생님. 어려서는 응석받이로 여기며 돌봐주셨고 커서는 등댓불처럼 늘 지켜주시는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자 이장희
대경상록봉사단아카데미 수채화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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