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진리교 모티브 '홈타운'..유재명·엄태구 인터뷰로 긴장 덧칠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입력 2021. 9. 23. 10:59 수정 2021. 9.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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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22일 첫 방영된 tvN 수목드라마 ‘홈타운’(극본 주진, 연출 박현석)은 1995년 3월 도쿄 지하철에서 벌어진 옴진리교의 사린가스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한 모양이다. 당시 옴진리교는 관청 밀집지역인 가스미가세키역의 5개 전동차 안에서 독가스를  동시다발 살포, 5,500여 명이 중독되고 12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무기수로 복역중인 조경호(엄태구 분)가 1987년 벌인 사주기차역 사린가스 테러로 시작한다. 당시 조경호는 일본유학에서 돌아와 그같은 사건을 벌였다. 실제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 본명은 마츠모토 치즈오)는 1984년 요가를 수행하는 도장(옴신선회)을 도쿄 시부야에 개설했고 1987년 옴진리교로 개칭했다.

극중 경남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강력 1팀 경위 최형인(유재명 분)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당시 현장엔 방독면을 쓴 다수의 사람들이 사라진 목격담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 일주일후 자수한 이는 조경호 하나였다. 조경호는 사건의 동기도 자수의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묵묵히 형기를 치르고 있다.

옴진리교처럼 사이비종교의 간여를 예견케하는 대목도 있다. “구루의 가족이 돌아왔다. 약속의 시간까지 구루의 딸은 구루를 대신할 것이다.” 조경호의 동생 조정현(한예리 분)이 보험회사 직원을 통해 전해 들은 동창생 정영섭(이해운 분)의 말이다. 구루란 힌두교, 불교, 시크교 및 기타 종교에서 일컫는 스승으로 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를 지칭한다. 분신자살을 시도한 정영섭은 이후 조정현이 사주에 남게 되면 그녀의 조카이자 조경호의 딸인 조재영(이레 분)이 위험해진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구루의 딸은 조재영, 구루는 조경호를 의미한 듯 싶다.

여기에 우목사(유성주 분)도 등장한다. 그는 고향 사주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가해자 조경호의 모친 정경숙(박미현 분)및 조정현, 조재영을 향해 "반드시 주님께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렇게 다시 하면 된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다"고 강압한다.

드라마는 세 가지 시점, 두 가지 관점으로 진행됐다. 두 가지 관점은 가스테러로 아내를 잃은 피해자이자 형사인 최형인과 테러사건의 가해자이자 실종자 조재영의 생부인 조경호의 인터뷰로, 세 가지 시점은 1987년·1999년 및 두 사람의 인터뷰 시점으로 나뉜다. 그래서 첫 화는 많이 복잡하다.

1999년 첫 사건이 벌어지던 7월의 어느 날 밤은 비가 오고 있었다. 답답하고 불안한 공기로 뒤덮인 거리엔 인적이 끊겼다. 빗소리만 적막한 거리를 뚫고 경신여중 방송반 학생 이경진(김지안 분)이 파출소를 찾는다.

경진은 “우리 집 욕조에 웬 여자가 있다. 엄마는 그 여자가 없다고 한다”는 등 횡설수설을 하며 경찰의 동행을 요청하다 포기하고 돌아선다. 그날 밤 경진은 실종되고 그녀의 엄마는 욕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드라마는 이 대목을 CG를 활용해 괴이한 호러물처럼 처리했다. 물론 나중에 어떤 세뇌에 의한 피해자의 환상으로 결론 지어질 수도 있을 만한 장면이다. 가령 경신여중 방송반 아이들이 익명의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테이프 속 소름 끼치는 괴음이 각자의 공포를 일깨우는 방아쇠가 된다던가 하는 식의 추리도 가능해 보인다.

어쨌거나 이 사건에 이어 사흘 후엔 조재영이 실종되면서 스토리엔 가속이 붙는다.

조재영의 실종에 대해서 감옥 속 아버지 조경호는 말한다. “...비가 내리는 숲.. 굵은 물방울이 잎에, 또 젖은 땅에, 개울에 떨어지는 소리.. 그것과는 별개로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핸드폰 소리... 경찰들이 제 딸이 실종된 지 반나절이 지나서야 찾아낸 핸드폰... 매일 나는 그 생각만 했다”고.

또 다른 화자 최형인은 말한다. “그 사람(조경호)의 말을 의심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말을 전부 믿었다가는 가장 중요한 순간 길을 잃을 수 있다. 당시 저처럼.”

어쨌거나 사건은 자수 이유를 밝히지 않은 무기수 조경호와 자괴감에 빠졌거나 원한에 사무쳐 있을 우울한 형사 최형인, 그리고 ‘희망’을 애써 지켜내려는 조정현이 함께 풀어갈 모양이다.

배경이 된 도시 사주는 최형인에게는 사린가스 테러로 비명횡사한 아내의 고향이고 조경호가 테러로 주저앉힌 조경호의 고향으로 1화를 통해 비운의 도시답게 충분히 음울하고 고립된 분위기를 구축했다. 과연 주인공들에게 홈타운 사주는 어떤 의미일까?

‘홈타운’ 1화는 엇갈린 관점과 오락가락하는 시점으로 독해가 쉽지만은 않지만 추리물다운 설정에는 성공한 느낌이다. 인터뷰이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유재명의 피곤에 전듯한 회의적인 독백이나, 저주파를 연상시키는 엄태구의 허스키하고 낮은 목소리는 드라마에 긴장을 덧칠한다. 특히 엄태구의 캐스팅엔 그의 목소리가 크게 한 몫 했을 성 싶다.

19세기 영국작가 G. K. 체스터튼은 ‘추리소설 쓰는 법(How to Write a Detective Story)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원칙은 추리소설의 목적 역시 모든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명확히 밝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야기는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서두를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가 마침내 이해하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했다. ‘홈타운’에 앞서 방영됐던 ‘더 로드 :1의 비극’은 그 점에서 실패했다. ‘홈타운’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zaitung@osen.co.kr

[사진] tvN,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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