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소수 특권체제와 맞서는 힘이다"

임형두 입력 2021. 9. 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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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고향갑의 정치 에세이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적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역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한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근래 들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빈곤층은 더 가난해지는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매우 심화했다. 불평등의 격차가 날로 커지면서 그 벽을 뛰어넘기란 불가능해지고 있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이 시사하듯,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거리는 아득하게 멀어져 버렸다. 근면, 성실로 살자는 말이 더 이상 덕담이 되기 힘든 세태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토지 불로소득 실태보고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 동안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불로소득은 3천227조 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과 견줄 때 16.2%를 차지한다. 2019년 한 해의 불로소득만도 352조 원. 개인이 소유한 토지의 절반(53.3%)이 상위 1%의 것이었고, 96.2%가 상위 10%의 것이었다. 토지와는 별개로 상위 1%는 1인당 평균 7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1980년대부터 지구촌을 휩쓴 신자유주의 물결로 특히 노인빈곤, 청년빈곤 현상이 극심해졌다. 2018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3.4%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4.1%)보다 10배 높고 미국(23.1%)보다 2배 높은 수치다. '2030의 반란'이란 말이 시사하듯이 청년빈곤과 청년실업도 만만찮다. 4차 산업혁명에다 코로나19 광풍까지 덮쳐 양극화 현상은 끝없이 진행되고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모순된다. 특히 자본주의의 지구적 지배체제인 신자유주의는 시민의 권리를 보장할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해체한다. 그 불평등 구조의 산물이자 자본주의 존속과 정당화를 위해 등장한 전략이 복지제도. 하지만 '복지'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본질 은폐의 기능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그 제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그 토대가 바로 기본소득이다.

최인숙 고려대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 연구교수와 작가 고향갑 씨는 공저 '기본소득, 지금 세계는'을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갈수록 불안해지는 생존기반을 안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주제어는 '기본소득'. 이는 특정 정파의 주장이나 공약 수준을 넘는 시민적 기본권리다. 저자들은 기본소득의 탄생, 세계 각국의 다양한 유형과 실천적 적용의 구체적 사례를 다루면서 소수특권세력의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고 모두가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대동(大同)과 상생(相生)의 공동체를 꿈꾼다.

지금의 세계는 자동화로 인한 실업률의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의 대재난을 겪으면서 기계에 밀리는 인간, 재난에 밀리는 인간의 초라한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특히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인간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게 되고, 이에 따른 소비의 저하로 경제 역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복지제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본틀로 기본소득을 제시하면서 "이 권력을 만들어놓으면 민주주의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소수 특권세력의 독점적 권력질서를 허무는 중대한 진지가 된다"고 역설한다. 달리 말해 기본소득이라는 생존의 안정적 기반이 있어야 불평등 구조를 혁파할 수 있는 민주적 권력질서의 수립이 좀 더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소득을 분배하는 대의명분은 또 있다. 이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이를 보상해 주는 것이다. 연대나 원조 차원을 넘어 사회 정의 차원에서 소득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 권리의 실현이다."

책은 프랑스, 독일, 벨기에, 미국, 케냐, 이란, 일본, 핀란드 등 세계 20개국이 기본소득에 대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그 동향을 차례로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같이 소망을 밝힌다.

"이제 기본소득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새롭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할 청년만이 아니라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제2, 제3의 삶으로 진입하고 싶은 노년층에게도 기본소득은 너무나 절실한 기본권이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가 탄탄하게 만들어질 때 우리의 민주주의도 비약적 발전을 해낼 수 있다."

구름바다. 236쪽. 1만5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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