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넘어서려는 시진핑..'21세기 홍위병' 샤오펀훙은 양날의 검

박준우 기자 2021. 9.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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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재우 기자

■ 글로벌 포커스 - 3연임 노리는 習… 제2의 문화대혁명 꿈꾸나

학원·사교육·영어 시험 금지

한류 연예인 팬클럽 계정 폐쇄

사회·경제·문화 옥죄기 나서

시진핑 애국주의에 젖은 1020

부패 척결·공동 부유정책 지지

충성심 강해 반대세력 극단 배격

민간 부분 제재 산업 쇠퇴 불러

차이나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

“정부 의존땐 공동 빈곤 올 것”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1세기판 문화혁명을 꿈꾸는 것일까. 중국의 정풍(整風) 운동이 정치계를 넘어 경제계, 문화계에까지 거세게 불면서 시 주석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에 대한 제재에 이어 지난 7월 사교육과 학원수업, 영어시험 금지, 8월 게임 시간 규제, 9월 연예인 퇴출까지 ‘칼바람’이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다. 급기야 여성스러운 외모의 남성 ‘냥파오(娘포)’ 불허 방침까지 나왔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개념을 내건 대대적 정풍 운동은 1960∼197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혁명과 갈수록 닮아가고 있다. 내년 3연임을 통해 마오 전 주석이 밟아온 1인 독재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개혁·개방을 통해 사실상 자본주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현재의 중국이 과거 방식의 통제·탄압을 유지할 경우 사회적 반발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시 주석의 정풍 운동, 제2의 문화혁명으로까지 가나 = 시 주석 정풍 운동의 배후에는 오는 2022년 공산당 대회에서 기존 관례를 깨고 3연임에 도전하려는 시 주석의 정적들을 단속하기 위한 작업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각 연예계와의 연계가 뚜렷한 태자당, 학교나 사학재단과 연결고리가 있는 공청단, 재계와의 밀월관계가 강한 상하이방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주의 스펙테이터는 최근 “중국 부자들은 다 사라지고 공산당 중앙정치국원 25명만이 남을 것이며, 이들은 대부분 시 주석의 측근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권력 대체만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시 주석의 정풍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해 갈수록 마오 주석 당시 문화혁명과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문화혁명 당시 마오 사상처럼 ‘시진핑 사상’ 배우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개학한 가을 학기에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시진핑 사상’이란 과목이 생겼다. 소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란 교과서도 보급됐다. 문화혁명 당시 마오 주석의 발언을 묶은 ‘마오 어록’을 모든 중국인이 읽어야 했던 것과 ‘닮은꼴’이다. 연예인들도 문화예술과 관련된 시 주석의 발언을 공부하고 의미와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이 역시 문화혁명이 1965년 11월 문회보에 역사극 ‘해서파관’(海瑞罷官)을 비판하는 글이 게재되며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의미심장하다.

◇21세기 홍위병, 샤오펀훙…시 주석 독재 뒷받침하는 동력 = 이 같은 대대적 정풍 운동은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내년 가을 당 대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풍 운동이 문화혁명 수준으로까지 올라갈지 가늠할 수 있는 포인트는 오는 11월 열리는 제19기 6차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6중전회)다. 이미 중화권에서는 “3번째 역사적 결의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이 대회에서 당의 공식 역사에 ‘마오쩌둥·덩샤오핑·시진핑’으로 삼등분되는 개념이 정식 기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정도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 및 공동부유 개념이 중국 내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이른바 ‘불공정·불공평’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은 젊은 세대가 핵심 지지층이다. 소위 ‘샤오펀훙(小粉紅)’이다. 중화주의 역사관 교육을 받은 샤오펀훙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고, 중국 정부에 대한 외부 비판에 매우 민감하다. 일부는 인터넷 등을 이용해 반대세력에 대한 강한 반달리즘과 테러를 일삼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한국 연예인 이효리의 부캐(부캐릭터) ‘마오’ 논란과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페이스북 테러 등이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의 무차별 테러 모습과 겹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샤오펀훙을 간접 지원한다는 기획설까지 나온다.

◇샤오펀훙 통제 여부가 관건…실패 시 또다시 퇴보의 길 가능성 = 하지만 샤오펀훙은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과 같이 ‘양날의 칼’이다. 마오 전 주석이 홍위병을 독려했다가 문화혁명을 통제하지 못했던 것처럼 시 주석 역시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샤오펀훙이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면 문화혁명 당시와 같은 피비린내 나는 인민재판이 재연될 수도 있다.

문화혁명 수준으로까지 확산하지 않더라도 시 주석의 정풍 운동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통제는 결국 연예·교육·경제 분야의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소비가 줄어들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5일 “8월 소매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전월(8.5%)과 시장전망치(7%)에 크게 못 미친다.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北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민간학술기구 ‘경제 50인 논단(CE50)’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예인과 대중문화, 게임 산업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한국 등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한 문화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활동이 위축돼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어쩔 수 없지만 일각에선 한·중 간 문화콘텐츠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희망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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