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야영] "강아지야, 왜 가난한 내게 왔니.." 그래도 빵 반쪽을 내주었다

글·사진 민미정 백패커 2021. 9.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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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야영] 페루 우아이우아시 트레킹 上
12일치 식량을 배낭에 우겨 넣고 출발.. 절벽 다 오른후 "살았다" 눈물이 핑돌아
미투코차 호숫가에 앉아 눈부시게 빛나는 히리샹카 설산을 보며 먹는 라면은 미슐랭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터칭 더 보이드Touching The Void’라는 산악 다큐를 본적 있다. 페루 안데스산맥의 산 ‘시울라 그란데Siula Grande(6,344m)’를 등반하던 산악인이 조난을 당했다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다. 영화 같은 실화도 감동이었지만, 다큐 속에 펼쳐진 안데스의 풍경에 설렜다.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남미의 대표 명소 페루 마추픽추를 제치고 시울라 그란데를 만날 수 있는 ‘코르디예라 우아이우아시시Cordillera Huayhuash 트레킹’을 남미 여행 1순위로 꼽은 이유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7년이었다. 당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트레일이라 현지에서 정보를 얻어야 했다.
우아이우아시 트레킹은 알파벳 ‘T’를 닮은 코르디예라 우아이우아시 산줄기를 중심으로, 그 둘레 130km를 도는 서킷 트레일이다. 코스에 따라 4일에서 12일 정도 걸린다. 평지 위주로 걷는 일반 루트와 산 위쪽을 걷는 알파인 루트가 있는데, 구간에 따라 두 루트를 교차해서 걸을 수 있다. 페루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예루파야Yerupaja(6,634m)를 포함해 6,000m 이상 고봉 7개, 4,000~5,000m의 고개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어려운 트레일로 유명하다.
트레일이 어려운 것은, 코스가 길고 험한데다 중간 식량을 보급하기 어려워, 10일 이상의 식량을 배낭에 지고 백패킹으로 완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페루 트레킹의 거점인 우아라스Huaraz에 머무는 동안 백패커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호스텔에 묵는 게스트들을 여행사와 연계해 주는 일)를 하며 친해진 현지 가이드 헥토르Hector에게 트레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헥토르는 서킷 중 불필요한 코스를 제외하고, 알짜배기 알파인 구간을 추가해서 11일짜리 112km 코스를 짜주었다. 그는 5일짜리 트레킹 손님이 예약되어 있었고, 중간에 식량 지원을 도와주기로 했다.
1년 넘게 네팔, 유럽, 남미를 돌며 트레킹 위주 여행을 해왔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오지 트레일을 혼자 간다는 게 망설여졌다. 세계여행 파트너인 나의 65리터 배낭에 12일치 식량을 넣었다. 아침에는 손바닥만 한 빵과 스프 가루, 점심은 초코바 1개, 저녁은 한국 라면의 절반 크기인 페루 라면뿐이다. 산골 마을에서 치즈 덩어리를 얻거나, 안 되면 나무뿌리라도 캐먹으라는 헥토르의 진담 같은 농담에 당황했지만, “제발 우리가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눈빛으로 식량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우아이우아시 트레킹은 두려움이 앞섰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최선을 다해 걷고 싶었다.
미투코차에서 알카이코차로 이어진 알파인 루트. 우아이우아시의 알파인 루트는 다소 힘들고 위험한 구간이 있지만, 최고의 경치를 선사한다.
부에노스 디아스!
긴장한 탓에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이른 새벽 콜렉티보(현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아라스를 벗어난 버스는 남쪽으로 111km를 내달렸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버스 문이 열리고, 오르는 사람들은 구석에 앉은 동양인 여자를 흘끗 쳐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씩씩하게 인사했다. “부에노스 디아스Buenos Dias!”
나의 해맑은 인사가 통한 듯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몇 단어 안 되는 스페인어를 내뱉으면 재미있어 했다. 그들과 짧은 대화를 이어가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목적지 야막Llamac에 도착했다.
우아이우아시 트레일에서는 현지인이 구간마다 통행료를 받고 티켓을 준다. 티켓에 야영료까지 다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우아이우아시 트레일은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정해진 곳 없이 아무데서나 캠핑할 수 있다. 따라서 캠핑장 사용료는 없지만, 구간마다 각 마을의 책임자가 통행료를 받는다. 현지인들에겐 트레일이 중요한 수입원인 셈이다.
들머리인 야막에서 20솔sol($6.00)을 지불하고 통행권을 챙겼다. 야막은 한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과 비슷했다. 다른 게 있다면 길 위에 소 대신 동키(당나귀)가 있다는 것이다. 잠을 한숨도 못 잔 탓에 반도 못 가서 허기와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늘도 없는 길 위에 그대로 배낭을 내려놓았다. 초코바 하나를 꺼내 물었다. 달콤함이 입안에 퍼지자 긴장이 풀어졌다.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배낭에 기대 잠시 눈을 감았다.
지친 내 모습을 보고 배낭을 대신 메어준 헥토르의 지인. 페루인들은 대부분 소박하고 착하다.
동키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깼다. 오후 4시 반, 동키를 몰던 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헥토르를 아냐”고 물었다. 이 낯선 곳에서 친구의 이름이 나오자 반가웠다. 헥토르가 오늘 출발하는 나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는 것. 기막힌 우연에 감탄하는 사이, 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내 배낭을 짊어지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의 도움을 마다하다가 못 이기는 척 뒤를 따라 걸었다. 내가 만난 페루인들은 모두 친절하고 순수했다.
갈림길에서 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삭막하게 헐벗은 민둥산 중턱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GPS상으로는 갈 길이 멀었는데 벌써 해가 기울고 있었다. 초조함이 엄습해 왔다.
태평하게 낮잠이나 잤던 것을 자책하며 헤드랜턴을 꺼냈다. 오후 6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어슴푸레 설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종일 굶은 탓에 발걸음이 더뎠다. 한 시간 정도 어둠 속을 헤집으며 걸은 끝에 하후아코차Jahuacocha(코차는 잉카어로 호수라는 뜻) 야영장에 도착했다. 페루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밤하늘의 별도 잊은 채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하후아코차 야영장의 야경. 트레킹 성수기에는 설산 위로 빛나는 은하수를 보며 아름다운 밤을 만끽할 수 있다.
설산 위로 펼쳐진 은하수의 감동!
아침 7시, 부스럭 소리에 잠이 깼다. 영하 2℃의 찬 기운에 코끝이 시렸다. 텐트 문을 여니, 페루의 트레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텐트 안으로 코를 들이밀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 캠핑장에서 가장 가난한 나에게 올 게 뭐람. 빵의 반을 떼어 던져줬다. ‘식량은 어떻게든 충당되겠지’하는 심산이었다.
이른 아침 내 텐트를 찾아온 강아지.
작은 배낭에 물과 초코바를 챙겨 넣고 푼타 야우차Punta Yaucha(푼타는 고개를 뜻함) 전망대로 출발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경사가 가팔랐다. 오르는 내내 태양을 머금고 눈부시게 빛나는 호수 너머의 론도이Rondoy(5,879m)와 히리샹카Jirishanca(6,094m)를 뒤돌아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숨어 있던 페루의 제2고봉 예루파야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타오르는 고봉에서 붉은빛이 빙하를 타고 호수로 흘러내렸다. 마치 신성한 신들의 연못 같은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내려와 텐트에 앉아 빛의 향연을 감상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풍경라면’을 끓여 먹었다. 설봉 끝까지 타오르던 붉은빛이 꺼졌다. 땅 위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별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는 설산 위로 은하수가 펼쳐졌다. 우주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헥토르가 꼭 이곳에서 1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카루아코차에서 현지 주민에게 산 담백하고 맛있는 치즈에 트레킹 기념으로 ‘Huayhuash’를 새겨넣었다.
다음날도 날씨는 최상이다. 호수를 따라 이어진 길은 설산에서 쏟아져 내린 어마어마한 빙하 근처로 이어졌다. 신의 영역을 호위하듯 웅장하고 난폭한 크레바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삼분야 패스Sambunya Pass(4,750m)까지 700m 정도 고도를 높였다. 평범했던 호수는 태양에 반사되어 에메랄드빛을 띠었다.
화성처럼 붉은 흙과 바위로 이뤄진 패스를 지나, 쿠아르텔와인 야영장에 도착했다. 이미 같은 색상의 텐트가 쉘터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무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 개인 텐트가 한두 동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늦잠을 잔 탓에 야영장에는 나뿐이었다. 서둘러 배낭을 싼 후 평원 위로 이어진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이상했다. 야영장에서 바로 카카난 푼타Cacanan Punta를 올라야 하는데, 완만한 평지를 2㎞나 걸은 후에야 오르막이 시작된 것이다. 그제서야 GPS를 보니, 반대로 걷고 있는 걸 눈치 챘다. 누군가 앞선 이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게으름의 대가이다.
다행히 황량한 카카난 푼타로 이어지는 길은 멀리서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목적지가 보이니 되돌아갈 것도 없이 경사면을 가로질러 올랐다. 낭비한 시간보다 허비한 체력이 아까웠다. ‘고생한 내 몸을 위해 오늘은 초코바를 두 개 먹어야지.’ 소소한 보상을 베풀었다. 카카난 푼타에 올라서서 뒤돌아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평원이 너무나 광활해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잘못 들어섰던 길을 분한 마음으로 곱씹을 뿐이었다. 달콤한 초코바와 함께.
미투코차Mitucocha 야영장까지는 멀지 않았다. 길을 따라 하산하다 보니 히리샹카의 설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원 위에 덩그렇게 지어진 건물 앞에 마을 주민 몇몇이 의자에 앉아 통행료를 걷었다. 미투코차에 가까워진 것이다. 이전 구간의 통행료를 냈는지 표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미 여행사의 텐트가 즐비했다. 호수까지는 아직 500m 정도 더 가야 했다. 미투코차의 잔잔한 호수와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텐트를 치고, 얼음장 같은 호수 물에 세수를 했다. 몸속까지 청량감이 느껴지며 피로가 싹 가셨다.
카루아코차의 아침. 예루파야, 예루파야치코, 히리샹카 삼봉을 감싸는 운해가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감동을 넘어 눈물 나는 경치
5일차, 오늘은 알파인루트로 이동할 예정이다. 험하고 길을 잃기 쉬우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일러 주었던 구간이었다. 텐트에 내린 서리가 사라지기 전에 사이트를 정리했다. 알파인 루트에서 일몰을 맞이한다면 위험할 수 있어 새벽부터 바짝 긴장했다.
일반루트는 산을 끼고 돌아가지만, 알파인루트는 산 위로 이어졌다. 험하지는 않지만, 길게 이어진 두 개의 바위산 사이 협곡을 쉼 없이 걸었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GPS를 보면 계속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 걷는 게 지루해질 때쯤 방향이 바뀌었고, 끝에 올라서자 눈으로 보고도 실감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미투코차를 품은 히리샹카와 론도이 설산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왜 헥토르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 길을 가야 한다고 추천해 줬는지 납득이 갔다. 카메라를 세워 놓고 한참 동안 사진을 찍었다. 혼자 누리기에 너무도 아깝고 사치스럽기까지 한 풍경이었다.
푼타 야우차에서 본 멋진 풍경. 코르디예라 우아이우아시 산맥 아래에 하후아코차 야영장이 내려다보인다.
화창한 하늘까지 더해 감동을 넘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렇게 멋있을 줄 알았더라면 이곳에서 텐트를 쳤을 것이다. 걸음을 옮기는 내내 경이로운 풍경이 이어졌다. 하지만 천국을 걷는 듯한 이 기분은 눈앞에 절벽을 만나고 산산이 부서졌다.
멀리서 봤을 땐 완만해 보였던 벽이 가까이 가보니 제법 높고 가팔랐다. 도대체 어디로 오르는지 포인트라도 가늠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기어 올라갈 텐데. 종이지도는 물론 위성 지도에도 절벽 어느 부분으로 올라야 하는지 정확한 루트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일반루트로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었다. 100m 폭으로 둘러싸인 절벽에서 길을 찾아내야 했다. 위성 지도를 확대해서 갈라진 틈을 찾아 가보니, 물이 폭포처럼 떨어지고 있어 불가능했다. 걸어온 길 외에 안전한 길은 없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덜 위험한 길을 택해야 했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고 벽을 오르기로 했다. 마음이 무거워서인지 배낭은 더욱 잔인하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거대한 벽에 기생하던 잔돌이 쉼 없이 등산화 바닥을 밀쳐내고 있었다. 쌀쌀한데도 식은땀이 흘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젠장!” 외마디 욕설이 튀어나왔다. 내가 이곳에 있는 걸 아는 사람이 누가 있지? 헥토르뿐인가? 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 사고가 나면 뉴스에 나오고, 겁도 없이 험한 데 찾아가서 일을 냈다고 욕먹겠지? 그 와중에 내 인생 최대의 도전이 욕먹고 끝나는 게 너무 싫어 이를 악물었다. 손을 뻗어 홀드를 찾아가며 기어올랐다.
마침내 그 끝에 올라섰을 때 무언가가 목구멍에서부터 치밀어 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아직 길의 흔적은 없었지만, 무사히 절벽을 올랐다는 게 안심되었다. 스틱을 꺼내 여전히 미끄러운 경사면을 가로질렀다. 평평한 전망대가 나타나자 배낭을 내리고 주저앉았다. 초코바 하나를 꺼내 물었다. ‘다행이다. 뉴스에 나올 일은 없겠네.’ 2시간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왔다. 이 멋진 경치를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나에겐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고원을 지나 하산 길에 접어들자 에메랄드빛 카루아코차를 품은 예루파야를 중심으로 눈 덮인 산군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가팔라 아슬아슬하게 굽이진 하산 길이었지만, 발바닥을 편하게 디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날아갈 것 같았다. 500m의 고도를 단숨에 내려갔다. 호수 주변으로 투어사의 쉘터와 텐트가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었다.
카루아코차Carhuacocha는 5일, 7일 서킷 투어의 필수 기점에 포함될 만큼 인기 있는 곳이다. 숙영지를 지날 때마다 헥토르를 수소문했고, 한 가이드가 “그는 일정이 변경되어 다음날 도착한다”고 일러 주었다. 오늘의 벽 등반 무용담을 쏟아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일정이 크게 엇갈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호수 가까이 한적한 곳에 텐트를 쳤다. 예루파야, 예루파야 치코Yerupaja Chico(치코는 스페인어로 ‘작은’이라는 뜻), 히리샹카의 세 봉우리가 잔잔한 호수에 반영되어 너무나 아름다웠다. 흔히 사람들은 그런 위험한 데를 왜 가냐고 하지만, 풍경을 보는 순간 위험했던 과정은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허기를 채우고 호수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덕 위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다. 산책 겸 올라가 봤다. 집 앞에는 축구공만 한 두부 같은 게 놓여 있었다. “께소Queso(치즈)?” 주인에게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치즈를 사겠다는 몸짓을 보이자 그녀는 치즈를 건네줬다.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 내밀자 10솔($3)을 집어갔다.

치즈 크기에 비해 너무 저렴한 것 같아 5솔을 더 건네고 텐트로 돌아왔다. 무염의 담백한 단백질 덩어리에 감격해 기념으로 ‘Huayhuash 2017’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글자가 지워지지 않게 밑부분을 조심히 잘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초코바보다 훨씬 더 입안이 풍요로웠다. 내일 헥토르를 만나면 할 얘기가 많아졌다. <다음호 계속>
산행 정보
우아이우아시 트레킹은 5월에서 9월까지 가능하며, 최적기는 7~8월이다. 7월의 최적기에도 트레일에서는 밤에 기온이 0℃를 밑돈다. 방한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알파인 루트를 이용할 경우, 길이 선명하지 않으므로, 사전에 루트를 숙지하고 GPS와 지도를 꼭 지참해야 한다.
4일·5일·7일의 코스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제각각이다. 12일의 서킷 코스는 야막Llamac 원점회귀이다.
필자의 트레일 일정
Day 1 야막 Llamac(3,300m) - 하후아코차Jahuacocha(4,085m) 야영장 → 총 14km 7시간 소요
Day 2 하후아코차 야영장 - 푼타 야우차 Punta Yaucha(4,800m) 전망대 - 하후아코차 야영장 → 총 5km 약 4시간 소요 (알파인 루트)
Day 3 하후아코차 야영장 - 삼분야 패스Sambunya pass(4,750m) - 론도이 패스Rondoy Pass - 쿠아르텔와인 Cuartelwain(4,180m) 야영장 → 총 13.2km 7시간 20분 소요
Day 4 쿠아르텔와인 야영장 - 카카난푼타Cacanan Punta(4,736m) - 항카Janca (4,120m) 야영장 - 미투코차Mitucocha(4,234m) 야영장 → 총 9.5km 4시간 소요
Day 5 미투코차 야영장 - 절벽 전망대(4,908m) - 알카이코차Alcaycocha(4,500m) - 카루아코차Carhuacocha(4,100m) 야영장 → 총 11.7km 8시간 20분 소요(알파인 루트)

본 기사는 월간산 9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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