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 몸에 멍이 생겨 들어올 때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몸에 멍이 들어올 때, 부모의 마음은 주저앉을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내가 예민한 엄마는 아닌지, 몇 번이고 아이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고민해봤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일을 전달하는 것, 아이의 언어발달, 인지발달의 성장과 함께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는 가정과 기관에서는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까? 함께 고민했던 지난 개별화교육 2학기 회의에서의 에피소드를 공유해본다.
◇ 몸에 멍이 자주 생기는 아이, 무엇이 원인일까?
2학기 개별화교육회의가 시작되었다.
"아이의 몸에 멍이 들어왔어요. 아이엄마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선생님에게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아이 할머니의 말이었단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잔뜩 화가 나있었더란다. 할머니 말의 의도가 '선생님이 혹시 아직 말 못하는 우리 손주를 어린이집에서 때린 건 아닌가요?'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교실에 들어가 정강이 부근에 생긴 아이의 몸에 든 멍을 확인하고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역시 '내가 아이를 어떻게 한줄 아시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에 서운함과 당혹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엄마가 굳이 선생님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을 못내 못 미더운 할머니가 어렵게 꺼냈는데 다시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다시 설명하는 것도 서로 불편한 일인 듯했다. 불편함이 남아 있는 선생님을 뒤로 하고 나라도 먼저 전화를 해서 어떤 뜻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담임선생님이 불편해 해서 못들은 척 미뤄뒀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며칠 뒤 있을 개별화교육회의시간에 비록 줌으로 진행되지만 얼굴을 보고 나누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아이의 개별화교육회의 날이 되었다. 아이에 대한 한학기 동안의 성취와, 2학기를 앞둔 현재 중점적으로 우리가 지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점검하고 함께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때문이긴 했지만 비대면으로 진행한 줌회의는 가족들의 참여를 좀더 원활하게 해줬고, 치료사들의 동참도 이전보다는 좀 더 수월해졌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어떤것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대충의 계획들이 논의됐다.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머뭇하던 어머니가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에 환경이 많이 바뀌었어요. 활동보조원 선생님도 새로 오셨고, 오래 다녔던 치료실 선생님들도 여럿 바뀌었어요. 무엇때문인지 비슷한 시점부터 아이의 머리에 상처와 팔뚝의 멍, 다리의 멍 같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멍들이 나타나있어요. 아이가 이야기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하니 너무 답답해요."
어머니는 우리를 막연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이의 멍이 궁금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의 주저함과, 걱정이 가득찬 표정을 보며 날이 설 수밖에 없는 예민한 주제에 내 마음도 한순간 말랑해졌다. 애가 탔을테다. 어딘가 물어봐야 하는데 처음 우리가 오해를 했듯 학대범으로 모는 것처럼 들릴까봐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최근 몇 개월, 아이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누가 그랬는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운 아이.
담임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안그래도 교실을 점검해봤어요. 어디 부딪혀야 멍이 들수있을지요. 최근 초등학교에 가게 될거니 착석 연습을 하느라 입식책상으로 전부 바꿨어요. 그래서 의자 같은 부분에 정강이 멍은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어요. 가만히 있지 않고 기분이 좋으면 잘 뛰어다니니까요."
맞다 그럴 수 있을 테지만 팔뚝이나, 머리의 상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인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되진 않을지 고민이 되었다. 아이가 이야기라도, 어디 다쳤는지 자신의 신체 부위를 포인팅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느리게 크는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주변인들에게 아이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고 협력을 구하는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매번 아이만 쳐다보고 있지 않아 타인이 직접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부딪히고 넘어져서 생기는 상처를 미리 알아채긴 어려워요. 아이를 가르치는 일과 병행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불편함을 알고 적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건 아주 중요하잖아요."
내가 말을 꺼내자, 어머니가 이어 말씀하신다.
"그래서, 한 언어치료 선생님이 몇 개월 전부터 지도하고 계세요. 수업이 끝나기 전에 어딘가 살짝 꼬집거나 신체 터치를 하고 내보내면 제가 '어디 맞았어?'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아이가 포인팅하는건데 아직 잘 못해요. 늘 엉뚱한 곳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두 명의 선생님이 같이 들어가서 한 분만 하고 나와서 '누가 그랬어?'라고 묻는데 잘 찾지도 못해요."
어머니는 약 4개월 정도 이 방법으로 지도하고 있으나 그다지 성공의 경험은 적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초등가게 되면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공통된 생각에는 이견이 없었다.
◇ 놀이를 통해 익숙해지는 포인팅 하는 법
방법을 조금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의 특성상, '때리는 것 = 나쁜 것'이라는 정도의 생각을 하는 듯했다. 살갑게 살을 부비고 인정받고 싶어서 지나가는 길에도 손 한번 잡고 가야 하는 정많은 아이에게 '누가 나쁜 사람이야'라고 묻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고, 아직 아이의 장기기억이 이 정도의 회상을 끌어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아이 발달의 현행 수준도 고려해야 했다.
이제 2가지 지시 따르기가 되지만, 과거의 일에 대해 회상하거나, 미래에 대해 에측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무발화에 가까운 아이.
어떤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해줄 때 성공적인 경험을 주고 싶었다. 같은 기능을 하는 좀 더 재미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해줄 놀이같은 접근, 그리고 아이의 언어수준에 맞는 질문들도 다시 재정리해야했다. '누가', '어디서'에 대한 대답도 과거나 미래의 시제에서는 적절하게 대답하는 것이 어렵지만 당장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정확하게 포인팅이 가능한 아이였다.
방법을 바꿔 긍정적인 상황을 연출해보기로 했다.
선생님이 하원 전 매직 등으로 아이의 몸에 표시를 한다. 필요하면 다른 아이들도 함께해도 좋을 놀이처럼. '숨바꼭질' 놀이처럼 재미있게 상황을 만들어서 진행해보기로 했다.
하원 후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은 어디에 그림 그려주셨어?'라고 물어본다. 아이가 선생님이 그려준 것을 기억해내 자기 몸에서 찾으면 된다. 보이는 곳에 그리기 시작해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 간다. 아이가 어떤 놀이인지 규칙을 알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처음에는 손등이나 팔 등에 그렸다면 이제 옷을 입으면 가려지는 발등이나 무릎 등으로 옮겨서 그림을 그려준다. 눈에 보이는 것을 찾는 것은 쉽지만 가려진 것을 기억만으로 회상해 내긴 어려우므로 천천히 진행해본다.
조금 익숙해지면 이제, '누가'를 물어볼 차례이다. "누가 그려줬어?" 담임선생님 두 명 중 찾아내는 것부터 '그려준 사람을 고르면 되는구나'를 알게 되면 이제 다른 선생님도 등장을 시키고, 어느 날은 제시 사진 자료에 없는 날도 있어야 한다. 여기 그림에 없다는 것도 표현해야 나중에 생길 오해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이에게 익숙한 어른에서 시작해, 점점 또래로 내려갔으면 좋겠다. 학급에서 반 친구들 이름을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어느날은 친구와 손바닥이나 손등에 작은 그림을 그려주어도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을테다. 이런 경험들이 누적돼서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해 주었으면 좋겠다. 교육은 늘 정답이 없다. 오늘 계획을 함께 세웠으나, 성공이라는 보장역시 없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느린 아이를 키우는, 아직 말을 잘 못하는 아이를 키우는 분들과 작은 걸음 함께 하길 바라며, 부족하지만 공유해본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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