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mental] 성공하는 선수는 불안이 반갑다

류청 2021. 9. 2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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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이상우 박사, 에디터=류청]

축구는 사람이 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심리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선수와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FC서울과 FC안양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스포츠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멘탈 퍼포먼스 대표 이상우 박사와 권혁주 멘탈 디렉터가 그 내밀한 이야기를 한다. <편집자주>

좋은 성과를 올리는 선수는 불안(Anxiety) 에너지를 불청객으로 인식하지 않고 아주 반가운 손님으로 여긴다.

그런 선수들은 불안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이유를 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기량을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에는 아직도 불안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 불안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필자는 2008년 FC서울에서 선수로 프로 데뷔를 했다. 그 당시 필자는 시합에 대한 준비 수준이 상당히 높았고 컨디션도 좋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프로 생활을 기대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그 당시 상황을 회상해 보면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부터 숨이 턱까지 차올라 앞이 보이지 않았고 몸이 몸이 경직되어 모든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축구선수들이 ‘개죽을 쒔다’라고 말할 상황이었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그 당시 부진 원인이 불안 컨트롤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불안의 강도보다 불안의 해석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김병준, 2020). 즉, 선수가 불안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만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수들은 적정 수준의 불안감이 있을 때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고 오히려 불안감이 전혀 없을 때에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선수들에게 불안은 부정적인 에너지가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안은 촉진 효과가 있다. 프로 골프에서 컷을 통과한 골퍼가 컷을 탈락한 골퍼보다 시합 전 불안 수준이 더 높았다는 연구도 있다(Bois, Sarrazin, & Boiche, 2009). 실제로 불안의 촉진 효과를 아는 선수들은 시합 당일 불안이 몰려오면 당연한 일이라고 인식한다. 만약 불안이 몰려오지 않는다면 불안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심리기술 전략을 활용하게 된다. 즉, 불안은 스포츠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꼭 필요한 에너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수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지불안과 신체불안을 경험한다. 인지불안은 머릿속 불안을 말한다. 경기 시작 48시간 전부터 증가되는 특징이 있으며, “잘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떻게 하지?” 등의 생각이 든다. 신체 불안은 몸으로 나타나는 불안을 말하며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증가되는 특징이 있다. 손에 땀이 나고 맥박수가 빨라지며 몸이 경직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인지불안과 신체불안은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불안의 골든 타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높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현장에서 선수가 불안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 중 첫 번째는 통제 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가 불안감이 높아지면 통제 불가능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좋은 경기력 발휘하기, 승리하기, 실수하지 않기, 득점하기, 무실점 하기 등을 말할 수 있다. 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 미래의 일들에 대해 집중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집중력 저하로 이어져 경기력에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이때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여 집중의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역할임무 집중하기, 팀 전술패턴 점검하기, 심리기술 전략 활용하기 등을 말할 수 있다. 통제 가능한 것은 선수가 현재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이는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져 경기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과정 단서에 집중하는 것이다. 선수는 불안감이 높아지면 집중력이 감소되어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이때 선수는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을 때 도움이 되었던 자신만의 느낌, 동작, 방법 등을 선택하여 한 가지 과정 단서에 집중하면 불안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하여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스포츠 현장에서 활용되는 과정 단서의 예는 A선수의 “덤비지 말고 끝까지 러닝 디펜스”, B선수의 “공격적으로 볼 컨트롤 후 과감한 패스 시도” 등을 말할 수 있다. 과정 단서는 스포츠 선수의 흔들리는 생각과 마음을 바르게 잡아주게 되고 이는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져 경기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선수는 불안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컨트롤하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준 높은 경기력을 꾸준하게 발휘할 수 있고 불안 에너지와 친해질 수 있다.

* 참고문헌
김병준(2020). 스포츠심리학의 정석. 레인보우북스.
Bois, J. E., Sarrazin, P. G., Southon, J., & Boiché, J. C. S. (2009). Psychological Characteristics and Their Relation to Performance in Professional Golfers. The Sport Psychologist, 23(2), 25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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