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일자리에.. 직장 못 구한 청년들 '평생 알바' 불안감 [연중기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8월 청년실업 5.8%.. 2020년보다 1.9%P↓
확장실업률 21.7%.. 공식통계와 격차
취업시험준비 비율도 2년 연속 최고치
3명 중 1명 공무원시험 준비 가장 많아
코로나 직격탄 맞은 청년들
발생 직후 작년 3월 고용률 크게 감소
확산세에 따라 실직 증가율 두드러져
"정부, 양적 확대에 치중.. 실효성 부족
역량에 맞춘 다양한 일자리 개발해야"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5.8%로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청년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21.7%였다. 공식 통계와 달리 일하고 싶은 청년 5명 중 1명꼴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확장실업률은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은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구직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경제활동인구’도 함께 계산한다.
말 그대로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면서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장기간 취업준비를 하는 공무원 준비생도 포함되는 실질적인 실업지표다.
또한 지난 5월 기준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 비율은 19.1%(85만9000명)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취업준비 중인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시험 준비분야는 일반직공무원이 32.4%로 가장 많았고 일반기업체(22.2%), 기능분야 및 기타(18.9%) 순으로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모(30)씨는 “3년 동안 취업준비를 했는데, 여러 차례 ‘서탈(서류탈락)’하고 면접에 겨우 가더라도 ‘최탈(최종면접탈락)’ 신세라 이젠 직장 얻는 걸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1년 전부터 구직활동을 그만두고 낮에는 식당홀 서빙을 하고 밤에는 선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김씨는 “마음 한켠에 평생 아르바이트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거절만 당하다 보니 이제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청년들… “정부 일자리 정책은 실효성 부족”
청년층의 고용 포기나 실업이 코로나19로 인한 비자발적인 것이란 점에서 이들에 대한 촘촘한 보호망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코로나19는 실제 청년층의 고용에 즉각적이고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는 고질적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30조5000억원으로 2017년(15조9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영향력이 큰 고용서비스와 직접일자리 비중이 늘어났다.
“어차피 노력해도 취직도 안 되는데 그냥 이번 생(生)은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수도권 대학 졸업 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28)씨는 최근 감당할 수 없는 무기력감에 시달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졸업 후 수십 차례 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채용 자체를 줄이면서 원하는 일을 하기는커녕 안정적인 일을 구하는 자체가 어렵게 됐다”며 “집값은 나날이 고공행진하는데 평생 이렇게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하루하루 버텨야 하나라는 생각에 사는데 아무런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취업난이 가중되고 금전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구직활동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무기력함, 좌절감,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가 올해 1·2분기에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20·30세대의 우울 평균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대와 3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2분기 기준 각각 24.3%와 22.6%로 50·60대(각각 13.5%)에 비해 1.5배 이상 높았다.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었다. 복지부는 “여전히 우울, 자살 생각 비율이 높은 수준이고, 7월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상황 변화에 따라 심리지원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마음 건강 회복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촘촘하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혜정, 김용언, 나기천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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