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상반기 개미 '빚투' 덕에 8500억 벌어.. 작년의 2.3배

정해용 기자 2021. 9.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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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 의원실 분석결과 1~6월 28개 증권사 8525억4400만원 벌어
빚투 급증에 조용히 웃는 증권사들
연 8%대 고금리도 여전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증권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로 번 돈이 85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며 지난해 전체 신용융자 이익과 비교해도 1400억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이자를 받고 주식 투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연 8% 안팎 수준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연합뉴스

23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 이익은 8525억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28개 증권사의 분기별 신용융자 이익을 조사해 취합한 결과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신용융자 이익(3640억9200만원)보다 2.3배 늘어난 수치다. 5년 전인 2016년 상반기 2578억4700만원과 비교하면 3.3배 늘었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익은 빠르게 늘고 있다. 연도별로 신용융자 이익을 보면 2016년 5122억5600만원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6332억7700만원으로 전년보다 23.6%(1210억2100만원) 증가했다. 또 2018년에는 8481억4800만원이 됐고, 2019년에는 전년보다 1000억원가량 감소한 7475억900만원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다시 신용융자 이익이 크게 증가해 9971억2700만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됐다. 지난해에는 연간 1조원 가까운 돈을 신용융자 이익으로만 번 셈이다.

증권사별로 올해 상반기 신용융자 이익을 보면 삼성증권이 1336억1100만원으로 28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거뒀다. 미래에셋증권도 상반기 중 1318억99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 이어 NH투자증권(1064억9800만원), 키움증권(914억6700만원), 한국투자증권(873억7900만원) 순이었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익이 늘고 있는 것은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2017년에는 9조8608억3200만원(이하 연말 기준)으로 10조원이 안 됐다. 2018년(9조4075억8500만원), 2019년(9조2132억7600만원)에도 9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증시가 급락했다가 빠르게 회복된 지난해부터는 빚투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9조2213억5700만원으로 전년보다 10조원 넘게 늘었고, 현재는 25조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지난 13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5조65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빚투 수요가 늘면서 증권사들의 이자 이익도 급증하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과정에서 너무 높은 이자를 취한다는 비판도 있다. 증권사들은 보통 1~2개월 정도 비교적 짧은 기간 돈을 빌려주면서 연 환산 8% 안팎의 금리를 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주식을 담보로 잡고 주가가 하락하면 이 주식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해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데도 기준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금리를 받는다는 것이다.

31일에서 60일간 빌려주는 금리를 보면 키움증권이 연 9.0%를 받고 있고 한국투자증권(8.4%), NH투자증권(연 8.1%), 삼성증권(연 7.9%) 등도 8% 전후의 금리를 받는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대(0.75%)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가 너무 높다며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도 금리 수준은 큰 변화가 없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신용융자 대출 시장은 투자자들이 금리 몇 퍼센트 때문에 이용하는 증권사를 옮기는 경쟁 시장이 아니고 주로 거래하는 증권사에서 짧은 기간 돈을 빌려 단기 차익을 보려는 시장”이라며 “이런 시장 특성 때문에 증권사들이 경쟁을 별로 하지 않고 조용히 돈을 버는 분야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당히 고금리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들이 이렇게 빚투를 하는 종목들은 외국인들의 공매도 타깃이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렇게 공매도 타깃이 되면 순식간에 주가가 5~10%씩 하락해 결국 빚투로 투자한 주식이 반대매매로 청산되고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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