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공화국]⑥ 이해진 개인 회사 '지음' 사무실은 아파트 가정집.. 꼬리 무는 의혹 3가지

김양혁 기자 2021. 9.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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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정자역 인근 지음 소재지 직접 가 보니
2017년 총수 지정 직전 주거용 아파트로 이전
설립 후 친동생이 경영.. 동생 거주지는 제주도
지음 대표번호도 네이버 고객센터로 연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자산관리회사 '지음' 본점이 있는 아파트. /김양혁 기자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에 있는 아이파크분당 1단지를 찾았다. 총 4개 동이 있는 아이파크분당 1단지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회사 ‘지음’이 둥지를 트고 있는 곳이다. 네이버는 지음과 지분 등 아무런 사업적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음을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의 평가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제 지음이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고 있는지를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주소지를 찾아 여러 차례 인터폰을 했지만 아무런 응답 없이 출입문만 열렸다. 지나가던 입주민은 “인터폰 후 출입문이 열렸다는 것은 안에 사람은 있는 것”이라고 했다.

1단지 일부 동은 사무실과 주거용 아파트가 섞인 주상복합형태였지만, 지음이 있는 곳은 주거용이 대부분이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음이 있는 동은 사무실로 쓰는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사업자 입장에서 임대료 환급 등 세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데 굳이 주거용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자산관리회사 '지음' 본점이 있는 아파트. 수차례 인터폰을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김양혁 기자

지음의 공시 담당자 유선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내 게재된 전화번호는 네이버의 고객센터 번호였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통화 연결을 할 수 없다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2017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 지음도 공시 대상이 되면서 급히 네이버 전화번호를 동일하게 게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대표 번호가 같은 경우 차명회사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조선비즈는 지음의 등기부등본, 현장 답사, 전문가 취재 등을 통해 네이버와 관련이 없다는 지음의 세 가지 수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혜택도 없는데… 이해진 총수 지정 직전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23일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지음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인근에 있는 아이파크분당 1단지로 본점을 옮겼다. 2019년 한 차례 전세를 연장한 뒤, 올해 3월에도 계약을 연장해 2023년 3월까지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음이 아파트로 사무실을 옮긴 2017년은 공정위가 이해진 GIO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해이기도 하다. 그해 9월 네이버가 공정위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지음의 존재가 대외로 알려졌다. 이 GIO가 네이버를 실제로 지배하는 총수가 되면서 그의 개인 회사를 비롯해 친족 보유 회사 정보 등을 공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네이버는 이해진 GIO의 지분이 4%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총수 없는 기업 집단’ 지정을 요청하며 전방위로 로비를 벌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면서 “총수 지정 반년 전쯤 지음의 본거지를 가정집으로 옮겨둔 것은 공정위 결정을 앞두고 대비를 해둔 것으로도 보인다”라고 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과거부터 총수, 총수 일가들이 개인회사를 만든 목적은 대부분 사익편취였다”라며 “(주식회사와 비교해) 공시 의무를 크게 지지 않는 유한회사 형태에 본점이 아파트라는 점은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운영하기 위한 형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 국장은 “대기업 총수 일가가 아파트라는 주거지 용도를 활용해 사무실을 꾸린 사례는 이례적이다”라고도 했다.

② 지음 대표는 이해진 친동생… 회사는 분당, 주소는 제주도?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가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 참석한 모습. /조선DB

이 GIO에게는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외부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다. 지난 2019년 한 강연 대담자로 나와 “내성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은둔형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공식 석상에 나선 그의 행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두 해에 걸쳐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네이버의 뉴스 편집권한과 뉴스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논란 등의 질의에 대답한 바 있다.

이런 성향 탓에 이 GIO는 자신은 물론, 가족사에 대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이해진 GIO의 친족 가운데 네이버 지분을 보유한 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지음에 관심이 더 집중된다는 평이 나온다. 지음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이해영씨는 이 GIO의 친동생이다. 가족 중 유일하게 이 GIO 지근 거리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해영 대표는 서울과 분당 일대에 거주하다가 지난해부터 거주지를 제주도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지음이 있는 분당과는 거리가 있다. 이해영 대표의 주거지 등기부등본을 보면, 전세권자로 이 GIO의 이름도 공동전세로 같이 표기돼 있다. 전세 계약은 오는 2022년 6월까지다. 그가 분당에서 실제 근무하고 있는지 여부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이해영 대표는 과거에도 간접적으로 이 GIO와 업무상 연결고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해영 대표는 과거 1999년 설립된 ‘인터베이스’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이 회사는 정보기술(IT) 서버 관련 회사였다. 네이버가 2000년 게임포털 한게임을 흡수합병하며 급증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외부 서버 공급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았는데, 인터베이스도 여기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GIO의 친동생뿐만 아니라, 부친인 이시용씨도 인터베이스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시용씨는 삼성생명 공채 1기로 입사해 대표까지 지냈다. 인터베이스는 설립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08년 청산된 상태다.

③ 지음 대표번호는 네이버 고객센터?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지음의 전화번호와 네이버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네이버

세 번째 의혹은 지음의 대표 전화번호가 네이버 고객센터로 게재된 것이다. 이는 이해진 GIO의 개인회사 지음과 사업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네이버의 주장과 대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2017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지음도 공시를 하게 됐고, 규모가 작은 회사다 보니 회사 번호로 게재하게 됐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그러나 “같은 대표번호를 쓰고 있는 경우 차명 회사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에 정부·국회의 규제가 집중되고 있다. 반면 인터넷 검색포털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 쇼핑, 페이, 콘텐츠, 클라우드 등 여러 방면에서 공격적으로 세를 확장 중인 네이버에 대해서는 ‘규제 청정 지역’이라는 증권가 평가까지 나온 상태다. 구체적으로 규제를 받을 여지가 있는 사업은 커머스(온라인 쇼핑), 핀테크 정도인 만큼 저가 매수할 좋은 타이밍이라는 조언까지도 나왔다.

국회 관계자는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와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미국 등 글로벌뿐 아니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감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도 카카오와 동일 선상에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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