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최초 '7월 트레이드→사이영상 수상', 2500억 투수가 대기록에 다가서다

한용섭 2021. 9. 2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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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한용섭 기자] 사이영상을 노릴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는 투수라면 시즌 도중 좀처럼 트레이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성적에서 트레이드 됐다면 사이영상 유력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막판 두 달 동안 엄청난 퍼포먼스를 펼쳐야 한다.

지난 7월말, 워싱턴 내셔널스는 2015시즌을 앞두고 7년 2억1000만 달러(약 2486억 원) 초대형 FA 계약을 한 맥스 슈어저(37)를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슈어저는 트레이드 이후 위력적인 피칭으로 메이저리그 첫 진기록에 도전한다.

트레이드 후 슈어저의 피칭은 말그대로 '압도적'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슈어저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8월부터 9경기(58이닝)에서 7승 무패 평균자책점 0.78를 기록 중이다. 9경기 중에 무실점이 5경기, 1실점이 2경기, 2실점이 2경기였다.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경기는 8월 11일 필라델피아전. 선발로 나서 3⅓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다가, 폭우가 내려 1시간 44분 동안 경기가 중단됐다. 비가 그친 후에 슈어저는 교체될 수 밖에 없었다. 또 한 경기는 9월 2일 애틀랜타전 6이닝 무실점, 2-0에서 교체됐는데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1986년, 메이저리그는 트레이드 마감일을 이전보다 날짜를 늦춰 현행 7월 31일(현지시간)로 변경됐다. 이후 35년 동안 7월 트레이드 투수 사례에서 슈어저를 능가하는 투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ESPN은 “트레이드 후 새로운 팀에서 첫 7경기 성적에서 슈어저처럼 압도적인 투수는 없었다”고 전하며 과거 7월말 트레이드 투수들의 성공 사례를 비교했다.

# 1987년 도일 알렉산더(애틀랜타→디트로이트)

애틀랜타에서 5승 10패 평균자책점 4.13이었던 알렉산더는 디트로이트 이적 후 11경기(88.1이닝)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3으로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또 한 번의 반전은 있었다. 디트로이트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알렉산더는 미네소타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과 5차전 두 경기 선발로 등판했다. 결과는 2패 평균자책점 10.00(9이닝 10실점)으로 시리즈 탈락의 장본인이 됐다.

한편 디트로이트가 알렉산더를 데려오기 위해 애틀랜타에 내준 투수는 이후 통산 213승 154세이브 거두며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존 스몰츠였다.

# 1998년 랜디 존슨(시애틀→휴스턴)

1997년 20승(4패) 평균자책점 2.28로 활약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른 존슨은 1998년 7월말까지 23경기 9승 10패 평균자책점 4.33으로 부진했다.

시애틀은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존슨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다. FA를 앞둔 계약 마지막 해이기도 했다.

존슨은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서 11경기 10승 1패 평균자책점 1.28로 ‘FA로이드’를 보여줬다. 4번의 완봉승을 거두는 괴력을 발휘하며 올해 슈어저에 비슷한 연승 행진을 했다. 84⅓이닝을 던지며 116탈삼진을 기록했다.

# 2008년 C.C. 사바시아(클리블랜드→밀워키)

2007년 사이영상을 수상한 사바시아는 2008년 전반기 18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고전했다. 그럼에도 2008년 7월 8일, 밀워키는 사바시아을 얻기 위해 마이클 브랜틀리 등 4명의 선수를 클리블랜드로 떠나보냈다. 과감한 투자는 보람이 있었다.

사바시아는 밀워키 이적 후에는 17경기(130⅔이닝)에서 11승 2패 평균자책점 1.65로 맹활약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17경기에서 완투 7회(완봉 3회) 기록. 2021시즌 현재 메이저리그 단일 팀의 최다 완투 기록은 4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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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1984년은 트레이드 마감이 6월 15일이었다. 트레이드 마감일 이틀 전, 시카고 컵스는 7명의 선수 딜을 통해 클리블랜드 우완 투수 릭 섯클리프를 영입했다.

1979년 LA 다저스에서 신인왕을 차지했던 그는 트레이드 되기 전 클리블랜드에서는 15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5.15로 부진했다. 그러나 1982년 14승 8패 평균자책점 2.96(리그 1위)를 기록했고, 1983년에는 17승 11패 평균자책점 4.29로 활약했다.

‘염소의 저주’에 시달린 컵스는 섯클리프의 클래스를 기대했고, 그는 컵스 이적 후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16승 1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까지 수상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MVP 4위에도 올랐다. 섯클리프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가 된 투수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첫 선수로 남아 있다. (컵스는 내셔널리그챔피언십에서 샌디에이고에 패배, 월드시리즈는 진출하지 못했다)

슈어저는 1986년 이후 7월말 트레이드로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첫 선수에 도전하고 있다. 다저스 이적 후 7연승 행진으로 시즌 성적은 28경기(169이닝) 15승 4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중이다.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현재 페이스라면 1점대도 가능해 보인다. WHIP 1위(0.81), 탈삼진(226개) 2위, 다승 3위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슈어저는 잭 휠러(필라델피아), 워커 뷸러(LA 다저스), 코빈 번스(밀워키)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닝이 조금 아쉽지만 남은 2차례 등판에서 지금까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대기록을 세우면서 개인 통산 4번째 사이영상도 가능하다. 최대 고비는 오는 24일, 슈어저는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원정경기 선발로 나선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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