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천대유 하세요" 핵심 짚은 추석 유행어

조선일보 2021. 9. 2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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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송석준(왼쪽)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긴급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의원. (공동취재사진) 2021.09.22.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공공 이익 환수’를 명분으로 추진한 대장동 공영 개발 사업에서 민간 업자가 출자금의 1153배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직 언론인이 세운 시행 업체 ‘화천대유’와 개인 투자자 6명이 지분 7%만 갖고도 50% 대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보다 2배 이상 많은 배당금 4040억원을 가져간 것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애초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일정 이익을 우선 배당받은 뒤 추가 이익은 모두 화천대유와 개인 투자자에게 넘기는 희한한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화천대유는 땅을 싸게 불하받아 분양 수익 2352억원까지 챙겼다. 총이익 6300억원의 초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전직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개인이 이런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고, 민주당 소속 시의원도 “지분 1% 회사가 개발의 모든 권한을 갖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무총리까지 “상식적이지 않다”고 하는 등 여권 내부에서도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추석 덕담으로 “화천대유하세요”라는 말이 유행했겠나.

화천대유는 2015년 대장동 개발 공고가 나가기 불과 1주일 전 설립돼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그리고 심사 바로 다음 날 이 컨소시엄이 개발 주체로 선정돼 급조된 화천대유에 시행권이 넘어갔다. 사업 설계 과정에서 실무진은 “민간 기업에 과도한 배당금이 돌아가면 문제가 생긴다.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 지사의 측근인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실무 부서까지 바꿔가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이 본부장은 2018년 이 지사에 의해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 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대법관은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돼 매달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당시 재판 본안엔 대장동 개발 이익 문제도 들어가 있었다. 그는 “화천대유가 어디 투자했는지 몰랐다”고 하지만 화천대유 대표는 “대장 지구 송전탑 지하화 문제 해결을 위해 모셨다”고 엇갈린 말을 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 4월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파악해 경찰에 넘겼다고 한다.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온갖 의혹에 대해 이 지사는 구체적 해명 대신 “1원 한 푼 받았다면 사퇴하겠다”는 논리만 내세우고 있다. 지금 의혹의 핵심은 이 지사가 대가를 받았는지가 아니다. 1153배의 대박을 터트리는 사업 구조를 누가 어떻게 만들어 주었고, 수익금의 종착지는 어디냐는 것이다. 비상식적 구조로 설계된 대장동 개발에 어떤 특혜나 비리가 있는지 검찰이나 경찰, 특검 수사로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 지사의 관련 여부는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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